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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메랄다 Aug 12. 2022

미우"나" , 고우"나"

Part 1_ 정서적 끼니의 힘

지난 몇 년간의 나의 선택은 모두 잘못되었고 , 결과로 나는 불행한 게 마땅한 것이라고 믿으며 벌을 받듯 억지로 일상을 살아냈다.

사람과의 관계가 되었든지 일이 되었든지 어떤 결정을 하던 결과는 내 상상보다 훨씬 더 나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이야기는 성공한 사람들의 해피엔딩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말 일 뿐일지도 모른다.

실패에서 실패로 이어진 이는 나락으로 떨어져 다시는 인간답게 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작은 나의 아이 때문에 , 삶에 대한 미련 , 어쩌면 다시는 수정되지 못한 채 불명예스럽게  마무리되는 내 인생에 대한 부끄러움과 수치심 때문에 차마 죽지 못했다.

멀쩡한 채 하는 나의 겉모습 안쪽 나의 정신은 살고 싶은 이유는  떠올리지 못한 채,  죽지 못할 이유만 떠올리며 몇십 번이나 나를 죽였다 살렸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벌려놓은 사업 , 갑작스러운 임신과 출산, 잘 안 자고 잘 안 먹는 예민하면서 발달은 느린 아기,  코로나로 인한 장기적인 매출 하락, 이 모든 것들은 한 번에 버무려져 내 인생에 던져졌고 나는 꽤 많은 좋은 것들을 잃었다.

돈, 자신감, 체력, 사람, 자존심, 여유로움, 유머 같이 나를 구성했던 긍정적 요소들은 내가 붙잡을 틈도 없이 재가 되어 흔적도 없이 바람 속에 날아가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못 죽을 이유에 발목을 잡혀 텅 빈 영혼으로 기계처럼 열심히 육아하고 바쁘게 일하며 내 인생을 수습하며 살아갔다.

어느 날, 그 어떤 날과 비교해도 다를 바 없는 평범했던 날

나는 어디한곳에도 기댈 곳 없는 혼자인 나를 느꼈다.  혼자인 것은 더 이상 서럽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이상한 것은 난생처음 혼자인 나 자신의 존재가 느껴진다는 것과  그것이 매우 생경하고 낯선 경험이었다는 것이다. 마치 내 내면에 작은 나만의 방이 생겨 그곳에 내가 있는 것 같았다.


맞아. 나는 내면에 방을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나에게 관심조차 없었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랭했고 건조했지.


나는 거의 모든 것을 잃고 혼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를 구성하는 긍정적 요소는 내게 아직 남아있었다. 아들에 대한 사랑, 잘 해낼 수 있는 일, 그리고 나 자신.

나는 죽지 못할 이유로 살아가는 대신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기며 살아가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발레를 취미 삼기로 한 것 , 글을 쓰기로 한 것은 나에게 주는 시간적 사치이자 나 자신에게 주는 정서적 끼니이다.

나는  정서적 끼니를 허겁지겁 채우며  꽤나 많은 것이 달라져 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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