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안녕

일상의 사색

by 윤호
1939.08.24-2025.04.28(향년 87세)

2년을 요양원에 계시는 동안,

급속도로 기억을 잃으시고 말을 잃으시고 손주들을 잊으셨다.

자식들의 얼굴은 끝까지 인지하시는 듯하였으나, 기억의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지 몰라 슬펐다.

보살필 수 없어 슬프고, 제대로 보살핌을 받고 있는지 몰라 슬프기만 했던 세월이었다.


작년 겨울,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었음을 느끼면서 나는 엄마를 떠나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했다.

나보다 한참 컸으나 나보다 한참 작아진 엄마를 꼭 끌어안고, 겨울은 너무 추우니 봄에 꽃 피는거 보고 가라는 막내딸의 울먹임을 분명 들으신듯 하다.


한달전 응급환자로 입원해 있으면서 나는 본격적으로 엄마를 보낼 준비를 했다.

생전 처음 장례 절차를 알아 보았고, 모실 곳도 알아 두었다.

혼자 엄마를 보러 갔던 주말, 가쁜 숨을 쉬던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입을 맞추며 모든게 준비되었으니 이제 마음 편히 가시라는 막내딸의 말을 분명 들으신듯 하다.

신기하게도 새벽을 버텨낸 다음날 아침, 응급상황으로 그녀의 삶에 전부였던 자식 셋을 불러들여 얼굴을 다 보고, 그렇게 영면하셨다.


어떻게 해주고 싶지만 어떻게 해줄수 없어 애닳게 했고 내 슬픔의 근원이었던 엄마.

이제 주말이면 엄마를 보러갈 숙제가 없어졌다.

엄마의 고달픈 삶에서도 행복해 하던 시절의 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그 행복에는 자식들이 있었다는걸 나는 안다.

그리고 나에 대한 깊은 믿음과 감사도.


온기를 잃었으나 비로소 평안한 얼굴의 그녀를 떠나보내며, 마지막 말을 귓가에 속삭였다.


몇번째일지 모를 다음의 세상에서,

나는 엄마의 엄마로, 엄마는 막내딸의 막내딸로 만나도록해요.

내가 넘치도록 사랑을 줄께요.


아픔이 없고 고통이 없는 곳에서 잘 지내다 또 만나.

엄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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