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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에 대하여

by 짧아진 텔로미어

등단에 대하여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가까이 되어간다.

개인 병원을 운영하던 시절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해 온 일이다.

그러다 기업체의 부속의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오랜만에 주말 이틀을 온전히 쉬고,

공휴일에도 쉴 수 있게 되었다. 동안 출퇴근 버스를 타고 오가며, 막히는 무료한 시간 내내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며 보내던 시간들. 매일 같으면서도 조금씩 달라지는 차창 풍경을 보고

시를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글을 대폰에 적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브런치스토리라는, 이곳을 알게 되었고, 작가 신청을 하고

틈틈이 글을 올리고 있다. 처음 올린 글이 25년 6월 24일이었으니 3개월이 되어간다.


낯설고 또 서툴,

시라고 부르기 민망한 글을 써보는 시간들이 재미있고 새로웠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혼자 자화자찬하며 몇 군데 응모해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당연

지금 다시 펼쳐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미숙한 구절들. 내 시를 읽는 심사의원의 한숨소리가

들려온 듯도 하고.


그렇게 또 4개월이 되었을 즈음, 이제는 조금은 '시다운' 것을 썼다고 여겼을 무렵,

한 계간지의 시 부문에 작품을 응모했. 1회 당선으로 등단이 가능하고 이후 기성 문인으로서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며칠이 지나 부재중 전화 2통에 이어 문자가 와 있었다. 등단 관련 안내에 대한 내용의 문자.

전화를 했다. 당선 시로 선정되었다고, 5편 중 3편을 계간지에 게재할 예정이고,

등단식도 연말에 하게 될 거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이어진 설명에서, 심사평을 위한 심사위원비와 계간지 십여 권 구입 등의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입금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등단을 한다는 기쁨은 잠시, 마치 돈을 내고 등단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고민 끝에

결국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영세한 문예지가 대부분인 현실은 알고 있었으나

역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이후로도 몇 개월이 흘렀다. 여전히 틈틈이 공모 지면을 들여다보곤 한다.

기 당선작들의 깊이와 심사평을 읽다 보면, 아직은 내가 시를 읽고 이해하는 힘도 그리고

쓰는 힘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리고 여 브런치 작가분들의 글을 읽으면,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많고 그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가야 할 길이 참 멀다는 생각에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끄적거려 본다.


'등단 안 하면 어때.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 그냥 쓰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있지만

언젠가는 나도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등단하고 싶은 내 마음 한편에 조용히 숨 쉬고 있다.

꿈은 원대할수록 좋다고 믿는다. 계속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신문사 신춘문예에 응모할 수 있을

만큼의 단단한 시를 쓸 수 있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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