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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ngwon LEE Aug 15. 2022

마음 꺾기 (+협상 기술)

회사 워크숍, 댄스 그리고 부담

회사 워크숍 : 댄스

코로나가 발생하면서부터는 회사 워크숍이 사라졌지만 그 전에는 일 년에 1~2 회씩 체육 대회나 산행을 다녀오곤 하였다. 입사한 첫 해, 10월에도 산행을 갔던 기억이 난다. 신입사원들은 선발조로 술을 챙겨서 먼저 산에 갔었다. 비가 살짝 오고 있었는데, 가을의 단풍과 함께 아름다운 운치를 자아냈다. 술과 안주를 챙기는 것과 함께 신입사원들의 역할이 하나 더 있었다. 산행 중에 모두를 즐겁게 할 댄스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입사하기 전부터 전해져 오는 전통이었는데, 이를 위해서 전부터 동기들이 함께 모여 댄스 연습을 하였다. 퇴근 후 별도로 시간을 내어 연습을 한 것은 아니었고, 업무 시간에 빈 회의실에 가서 음악을 틀어놓고 연습을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업무 시간에 그래도 되나 싶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팀에서 그렇게 하도록 지시를 해주었다 :)

함께 일하던 과장님, 그리도 동기와 함께 산행 중 찍은 사진입니다.

나는 술자리나 어느 행사에 앞에 나가서 무엇을 하는 것을 참 부담스러워한다. 분위기를 만들고 함께 어울리기보다는 누군가 불러도 나가지 않고 빼면서 자리에서 소심히 박수만 치는 스타일이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댄스를 춘 적이 있었다. 아프리카에 해외봉사를 갔었을 때인데, 대학교나 도심지의 강연장에서 식전 행사로 함께 봉사를 갔던 학생들과 댄스를 준비하였었다. 그리고 2천여 명의 학생들이 케냐에서 모여 월드캠프를 했을 때는 연극을 준비하기도 하였다. 그때 처음으로 부담을 넘어 보았다.


물론 그때와 회사에서 댄스를 추는 것이 같진 않다. 그때는 정부 또는 대학교, 시민단체와 진행하는 공식 행사였기에 준비 기간도 길고 수준도 높았다. 전문적으로 코치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때 찍었던 사진들이 모두 사라져 보여 드릴 수는 없지만...) 하지만 회사에서 연습하는 댄스는 가요에 맞춰 재밌게 웃기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

봉사 활동 중 공식 행사 때 찍었던 사진은 없어졌고, 가볍게 준비했던 콩트 사진만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산행 중에 댄스를 갈채 속에 무사히 마친 후 술과 맛있는 안주를 먹고 (편육을 준비했던 것 같다.) 하산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1년이 지난 다음 해에 산행을 갔을 때는 혼자서 팝핀을 추기도 하였다. 회사를 다니며 취미 하나를 배우고 싶어서 신논현역 부근에 있는 댄스 학원에 등록해서 팝핀을 배우기 시작했었고, 그 얘기를 동기들한테 했었는데 얼마 안가 회사 직원들이 모두 알게 되어 행사를 할 때면 자주 나를 불러냈다. 진짜 잘 춰서라기 보다는 조금 놀리는 마음으로 그랬던 것 같다. (사실 내가 봐도 조금 재밌었다.) 이런 일은 아주 작은 일이지만, 회사에서는 계속해서 부담스러운 일을 만나게 된다.


부담스럽지만 피하지 않는 길

사실 부담은 회사에서만 마주치는 것은 아니다. 삶에서 항상 부딪히는 것이 부담이다. 사람마다 부담의 모양은 다를 수 있지만, 부담스러운 일을 만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모두가 똑같이 부담을 대하는 것은 아니다. 부담스러운 일을 피하며 지낼 수도 있고, 부담스럽고 잘하지도 못하지만 부딪혀 넘어갈 수도 있다. 계속 피하며 지낼 수 있다면 회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분명히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계속해서 피하기만 한다면 그런 상황에선 부끄럽게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부담을 넘을 때 성장한다고 한다. 그 부담이 꼭 크고 위대한 일일 필요는 없다. 삶에서 작은 부분도 해당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잘하냐 못하냐 보다 시도하냐 안 하냐이다. 하기 싫고 부끄러워 피하고 싶다는 마음을 꺾고 그냥 해보는 것이다.


마음 꺾기

내 마음을 꺾는 것은 지식적으로 업무를 습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업무는 배우면 되지만 마음을 꺾는 것은 배우기가 참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어릴 때부터 마음을 꺾는 훈련을 했다면 굉장히 쉬운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자기 마음을 꺾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면 못 견뎌하고 내가 보기에 옳으면 절대 내 생각을 내려놓지 않았다면 무엇보다도 어려운 게 마음을 꺾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하기 어려워지고, 그 사람은 내가 보는 것과 판단만을 믿고 살아가게 된다. 이는 불행과 갈등의 근본이 된다. 팔꿈치가 꺾여야만 좋은 것처럼 마음도 쉽게 꺾일 수 있도록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면 회사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부담은 쉽게 넘어갈 수 있다.


예전에 사수와 함께 일할 때 협력회사에 출장을 가면서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우리는 바이어니까 협력사에 가면 사장을 만나도 된다. 일을 잘 풀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우는 것도 많아진다. 기회가 되면 꼭 사장이나 공장장, 임원을 만나고 와라"

항상 임원들을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자세와 마음을 가지냐 안 가지냐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부담스럽지만 나는 일반 직원이 아니라 회사를 대표해 가는 것이다. CEO께서 가야 될 일인데 사정상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내가 대리자가 되어 그곳에 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모습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대표로 가는 것이므로 당당하게 행동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둥지 안에서는 나는 법을 배울 수 없다고 합니다. 부담스러운 일 앞에 피하지 말고 부딪혀가면 마음에도 근육이 생겨 여러 어려운 일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추가로 이번 시간에는 협상 기술 (Negotiation skill)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협상 기술은 회사 (Supplier), 시장 (Market) 그리고 생산 (Manufacturing) 세 가지 키워드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수많은 도구들이 존재하는데, 그중에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협상 기술 (Negotiation skill)

1. 통화 (Curreny) 변경

한 파트의 단가를 구성하는 통화가 하나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루마니아에서 생산되는 서브 파트 (Sub component)는 각각 거래되는 통화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단가를 구성하는 통화 비율이 CNY 30%, USD 40%, EUR 30%로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브 파트의 구매처를 변경함으로써 통화 구성 비율을 바꾸어 원가 절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 환율과 회사에서 예측하는 환율 두 가지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USD의 강세가 계속 예상된다면 완제품의 거래 통화를 변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단, 환율의 예측은 빗나갈 수 있기에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2. 국가 지수 (National value) 비교

국가 별로 물가 지수가 다른 것처럼 국가 지수, 즉 인건비나 서브 파트의 구매 비용을 국가 별로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국가 지수가 낮음에도 비싸게 구매되는 서브 파트가 있다면 다른 파트로 대체하는 안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국가 지수는 상대적 개념이므로 한국 또는 특정 한 나라를 지정하여 비율로 계산하면 됩니다.


3. 포장 & 물류 (Packaging & Logistic) 최적화

한 팔레트 (Pallet)에 적재되는 파트의 수는 운송에 사용되는 트럭 및 선박의 크기, 그리고 발주 수량을 감안하여 결정됩니다. 한 팔레트에 적재되는 파트의 수를 늘릴 수 있다면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적재 방법은 여러 조건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FCL (Full Container Load), LCL (Less than Container Load)에 따라서도 적재 조건이 달라지고, 완성차 공장 창고에서 수용 가능한 적재 높이 인지도 감안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글로벌 거래 관계에서는 복잡한 물류 루트 (Logistic Route)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 거리상으로 가깝게 루트를 형성한다고 해서 반드시 물류비가 절감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하더라도 한국으로 바로 운송하지 않고 독일에 보내어, 다른 여러 곳에서 생산되는 파트들과 함께 한국으로 운송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4. 다양성 (Diversity) 축소

사물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BSW (Blind Spot Warning) 센서는 차량의 컬러에 맞추어 도색됩니다. 그러나 차량 컬러 중에서는 생산이 잘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컬러의 종류를 축소시킬 수 있다면 프로세스가 단순화되고, 더불어 단일 페인트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원가 절감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차종의 경우 잘 판매되지 않는 유니크한 빨간색, 파란색 같은 색상의 차종에 검은색 센서가 장착되는 것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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