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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라는 뜻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랬구나..

이제 마음 밴드 좀 넉넉하게 챙겨봐야겠다.

by 글구름

트리거라는 뜻을 오늘에서야 제대로 찾아봤다.

사격용어 Trigger -방아쇠라는 뜻보다는 심리적 반응의 뜻으로 사용할 때 나도 종종 들어본 것 같다.


과거의 정신적, 신체적으로 겪었던 안 좋았던 트라우마 경험들을 재 경험하게 만드는 자극트리거 다.

용어에 대해 무지했던 내 수준에서 이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을듯하다.


나는 글을 적고 싶어지는 날의 종류가 몇 가지 있다.


*뭔가에 한없이 집중되어 눈과 뇌가 현미경처럼 변하는 날에는 혼자만의 신발견에 신이 나서 글을 쓴다.

*분명 어떤 자극이 있었을 테지만 이상하게 감수성이 폭발하는 날 또 다른 인격이 나온 것처럼 글을 쓴다.

*그리고 그동안은 알지 못했지만 오늘 제대로 뜻을 알게 된 트리거가 있던 날 나는 나를 위로하거나 외부의 무언가를 공격하기 위해 글을 썼던 것 같다.


중년의 나이가 되도록 누구나 깜짝 놀랄만한 큰 사고도 겪었고, 주변인은 몰랐을 테지만 나만 아는 정신적 큰 사건도 매년 겪어 왔다. 그 심리적 사건의 경중에 따라 신체적 변화까지 있었으면 가족이나 지인들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신체적 변화까지 갈 만큼 큰 정신적 타격이 아니었을지라도 중간 크기의 상처들이 끊임없이 계속 생겼을 것이다. 아마 민감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어제자 글에서도 중년의 나이에도 칭찬받지 못해서 자신감을 잃고 속상해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위로하고 동시에 선생님을 살짝 저격하는 글로서 기분을 달랬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나에게 매번 트리거가 발생하는 요건에 놓여서 이런 반응이 생겼구나를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정욕구가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도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어린시절에는 뭔가를 하게 되었을 때 딱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은 상태로 굉장히 보통의 위치에 대부분 있었던 것 같다.

동일한 것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을 때, 우연히 나만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또는 상대방은 그것에 대해 관심도 없고 경험조차 없는 상황이었을 때 그럴 때나 칭찬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러다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동시에 평가를 받는 상황을 오랜만에 겪은 것이었다.

바로 트리거 상황이다. 난 잊고 있던 속상한 감정을 다시 한번 만나게 되었던 것 같다.


30대를 지나 40대를 넘어 50대를 향해 가는 이쯤,

탁월하게 뭔가를 잘하지는 못해도 뭐든 무난하게 해 오던 스타일,

나보다 여러모로 뛰어났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네가 제일 편안해 보인다. 또는 네가 제일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라는 말들을 듣고 있는 요즘이다.

평범하니까 큰 욕심 없이 그냥저냥 살게 되고 그만큼 마음도 편안하게 살아가는 게 남들 눈에는 좋게도 보이는구나...라고 생각하는 날들이 종종 생겼다.


그래서 잊고 지냈지만 그 평범한 나에게도 트리거 상황이 순간순간 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트리거를 일으키는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라 서라기보다는 상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나 행동들이 과거 나에게 상처 입혔던 경험을 재경험 하게 해서 미워진다는 것을 오늘 또 알게 되었다.

그 상대가 나를 향해 일부러 트리거 상황에 놓이게 해야지~하고 행동하고 말한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단지 내가 기억도 못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아픈 경험으로부터 아직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러니 트리거에 놓여 누군가를 향해 미움을 갖는 것보다는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이 건드려졌는지를 좀 살펴보고 쓰담쓰담 후~하며 밴드 좀 발라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이가 들고 있지만 상처받은 마음은 여전히 어린 시절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 상처 치료는 도대체 언제쯤 해주는 건가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마음밴드를 좀 넉넉하게 챙기고 남은 삶을 살아가야겠다.

트리거에 넘어가 또 한 번 내 마음에 상처 입히게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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