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지순한 사랑

영화 <미스 포터>

by 그영화

대개 지고지순한 사랑이란 영화나 드라마 속에나 존재하지 현실엔 흔치 않은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혹시 누구든 경험하거나 들었던 지고지순한 사랑이 있을까요? 듣고 싶네요. 왜냐하면 현실은 각박하고 우울한 뉴스도 많고 날씨마저 강추위가 계속되니까 그런 따뜻한 사랑이 넘쳤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서요. 어쨌든 좋은 모습의 사랑은 듣거나 보기에도 좋잖아요.


크리스 누난 감독, 르네 젤위거ㆍ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영화 미스 포터(2007)를 보셨을 텐데요. 한 폭의 수채화 같고 동화 같은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았죠. 19세기 이야기꾼 베아트릭스 포터(1866~1943, 르네 젤위거)와 출판사 편집자 노만 워른(이완 맥그리거)의 지고지순하다고 할까요, 진심 어린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보여 줍니다. 혹 영화를 안 보신 분들 가운데 둘의 사랑이 왜 지고지순하냐고 물으신다면 영화를 보시라고 할 수밖에요.


노만이 그녀의 재능을 알아주자 서로의 매력에 끌린 두 사람은 평생을 약속하고, 노만의 진심 어린 지원과 함께 동화책은 대성공합니다. 두 사람은 출판 일로 만나면서 서로를 알아주는데 이끌려 남자인 노만이 먼저 청혼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미스 포터는 노만의 여동생 밀리(에밀리 왓슨)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여서 미스 포터는 노만의 청혼을 받았다는 사실을 먼저 친구 밀리에게 고백합니다. 네 허락이 필요하다며 노먼과 자기가 결혼하면 넌 혼자가 될 텐데 화 안 나냐? 고... 그러자 밀리의 대답이 명대사로 기억됩니다.


"사랑하는 남자가 손을 내밀면 잡아"

(You have a chance to be loved. Take it.)

원어로는 사랑받을 기회가 생겼으면 잡으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리고 밀리는 "오빠 사랑하지?"라고 묻고 미스 포터가 그렇다고 하자 그럼 딴 사람 생각하지 말고 결혼하라며

"행복할 기회를 두고 왜 날 걱정하니?"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야무지게 마무리하는 말 "날 걱정한다면 내 소원대로 해(That is the most thought you should ever have for me.)"


이 밖에도 이 영화 속에는 당시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인식과 여성 혼자 사는데 대한 인식이 재밌는데요. 살림도 안 해, 애도 없어, 잔소리할 남편 없어, 좋은 친구만 있다면 혼자 사는 게 훨씬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결혼하랍니다. ㅎ...

이에 포터가 밀리에게 "언젠 미혼이 더 좋다며?"라고 하자 밀리가 "말도 안 돼. 여자 혼자서 뭔 말이든 못 해?(Hogwash. What else is a woman on her own supposed to say?)"라고 받습니다.


덧붙여 미스 포터의 명언한 줄!

"이야기의 첫 줄은 내가 쓰는 거지만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I love writing the first lines of a story. You never know where it will take you.)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세기 유럽 여성들은 이미 혼삶을 생각했나 봐요. 그렇지만 결혼할 상대가 있다면 딴생각 말고 당장 결혼하라고 하죠. 결혼하는 삶이 낫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더구나 지고지순한 사랑을 주고받을 상대라면 말할 것도 없죠.


동화책 '피터 래빗'을 만든 베아트릭스 포터(1866~1943)의 실화 영화입니다. 여성들은 부모가 짝을 지어 주는 대로 부유한 집안의 남자와 결혼해 사는 삶밖에 없던 19세기 영국에서 조건보다는 사랑을, 결혼보다는 자신의 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았고, 평생 번 전재산을 레이크 디스트릭트(Lake District) 국립공원의 자연보호단체에 남기고 간 여성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결혼하라는 밀리의 말이 와닿습니다. 무엇보다 서정적인 영상미와 시나리오, 연기도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혼ㆍ비혼율이 높은 요즘 세태가 오버랩되기 때문에 좋다는 말하기도 쉽지 않네요. 그런데 볼만한 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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