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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2. 2023

선생님 목소리는 잠 와요!

깜짝 놀랐다. 잠을 부르는 목소리라니! 내 목소리가 부드럽고 낮아서 잠이 온단다. 조근조근하고 단조로운 내 말투가 수업에는 부적격이라고 까까머리가 말할 때, 얼마나 부끄럽고 미안하던지. 졸도록 수업해 놓고 조는 학생을 나무랐으니. 그 학생 덕에 내 목소리결을 알게 되었다.


팔팔한 시절 노래방에 가면 여자 키는 낮추고 남자 키는 높였다. 머리모양도 보이쉬가 어울리고 어쩌다 원피스를 입은 날은 까까머리들이 소리쳤다. 남학생이 4천여 명, 교사 150여 명인 학교에 여교사는 둘뿐이었다. 묵직한 내 목소리는 DNA탓인가 환경 탓이었나?


3월 말, 꿈틀로 청포도다방에서 어반스케치 동호회 전시하는 중에 라디오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생방송이라 회원들이 나서지 않아서 신입회원인 내가 맡았다. 10여 분 질의응답으로 생방이 끝나자 PD와 작가가 칭찬했다. 목소리가 좋다, 대담 내용이 알차다고.


PD가 통신원 방송을 또 부탁하니 목소리가 좋다는 말이 헛말은 아니겠고. 내 목소리가 변했나? 사실 어린 학생들에게 '잠오는 목소리'라 들은 뒤에는 훈련을 계속했다. 밝은 톤으로 말하고 높낮이로 변화주기! 지금은 내 목소리나 말하기에 대한 불평이 거의 없다.


"안녕하세요, 청취자 여러분."으로 시작하여 "다음 주에는 포항 맨발로 걷기 좋은 영일대 해수욕장을 소개하겠습니다."로 마무리한다. 아이들을 졸게 만들던 묵직한 목소리로 느리지 않게, 명랑하게! 의미를 남기는 목소리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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