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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1. 2023

갈치 속으로 아침밥을 먹으며


 '특별히 잉어잔을 냅니다.' 특별한 대접이라니 기분이 특별해진다. 집주인이 차를 우리면서 말한다, '차를 가득 따르면  얼른 가라는 뜻입니다.' 눈치 없는 손님이 될까 조심스러워진다. 차를 마시며 산방주인은 묻지 않은 자기 이력을 읊어댄다. 예약하고 회비도 낸 다섯 손님에게 눈치 없는 주인은 쉬지 않고 말한다. 그림책 읽는 모임이 그림책 들고 와서 산방 주인에게 귀를 빼앗긴다.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점심을 먹지만 그림책을 읽으려던 목적이 어그러진다. 소풍을 마치고도 산뜻하지 않다.


가끔 만나는 지인이 반찬통을 내민다. 김장김치 갈치 속이란다. 한여름에 갈치 속이라니! 묵은 김치 속 갈치를 모아서 준다. 내가 맛있게 먹는 것을 놓치지 않았구나. 나를 생각하며 따로 모았구나. 무심한 듯 내밀지만 세심함이 느껴진다. 이 여인과 인연을 오래 이어가리라 마음에 적는다.

쫀득한 갈치 속으로 아침밥을 먹으며 과묵한 여인을 생각한다.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여인의 정원도 그립다. 내가 허리 굽은 할머니가 되어 운전하지 못하면 어떻게 가나? 갈치 속을 모아 주던 여인을 어떻게 만나나? 언젠가는 소원해질 사실에 미리 눈물이 난다. 유모차 한 대가 마당 앞을 지나간다. 느릿느릿 걷는 할머니는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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