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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4. 2023

어머니, 이제 音管이 되시오

정호승이 「항아리」라는 어른 동화를 창작했다. 젊은이가 처음 지은 항아리는 뒷마당에 방치되어 빗물이나 받다가 오줌독으로 쓰였다. 항아리를 빚은 청년이 독 짓는 할아버지가 되어 앓다가 세상을 떠나자 항아리는 잊혔다. 폐허가 된 가마터에 사람들이 절을 짓고 종을 달았다. 사람들은 종소리가 아름답지 않다고 야단이었다. 울림이 없고 공허하고 맑지 않다고 주지 스님도 고민했다. 어느 날 뒤뜰에서 항아리를 발견한 주지승이 항아리를 종 밑에 묻고 종을 쳤다. 종소리가 항아리 속을 한 바퀴 돌아나가며 맑고 고운 소리를 내었다. 항아리는 범종의 음관(音管)처럼 아름다운 종소리를 만들었다. 오줌독 항아리의 존재 의미가 사람들에게로 울려 퍼졌다.


음관이란 낱말을 발견하고 ‘음관’을 수없이 뇌었다. 평범한 종소리도 항아리를 돌아나가면 아름다운 소리가 된다는 의미가 감동적이었다. 부모, 배우자, 교사, 친구가 항아리처럼 음관 역할을 한다면 세상이 부드러워진다고 音管을 전도했다.


용뉴(龍鈕)는 용 모양으로 만든 종의 고리이다. 무거운 범종을 지탱하는 용뉴가 가정을 지켜온 어머니 같다. 용뉴처럼 살아온 내 어머니, 이제 음관이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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