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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4. 2023

터무니에 순응하는 사람이

작가는 현실을 보여주는 예술가이다. 예술가는 작품으로 독자를 안내하는 문화 뗏목꾼이다. 강물을 타고 오르내리며 현실을 다듬는 뗏목꾼이다. 작가 승효상은 건축에 대한 철학과 고민으로 현실을 보여 준다. 독락당(獨樂堂)과 계정(溪停)을 극찬한 그는 독락당에서 인간관계를 존중하는 마음을 읽어내고 계정에서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해석한다.


독락당에는 작은 마당이 여러 개 있다. 가족 개개인의 마당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만든 공간이다. 가족 관계를 중시한 배려의 공간이다. 개울가에 앉은 계정은 정자마루를 떠받치는 기둥 길이가 다 다르다. 계곡의 바위를 훼손하지 않고 자연에 순응한 건축이다. 인간의 욕망을 최대한 절제하여 자연을 보존하는 철학이 보인다. 계정과 계곡,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보여 주는 공간이다.


작가가 지은 ‘솔거 미술관’, ‘하양 무학로 교회’, ‘신석복 기념 성당’은 구조가 특이하다. 경주 솔거 미술관은 전시실의 창마다 소나무 숲이 그림이 되고, 좁은 무학로 교회는 하늘빛을 한껏 끌어들였다. 신석복 기념 성당은 소금장수 신석복의 소금을 건물 구석구석에 녹여내었다고 한다. 사람보다 먼저 있어온 땅을 함부로 깎아내지 않고 터무니 맞추어 지은 집,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집, 자연과 연결된 집이다. 지님보다 쓰임을 중시한 따뜻한 집들이다.


승효상에게서 읽는다. 인간의 욕심이 자연을 미친 듯 개발하지 않아야 한다. 잠시 살다가는 인간이 더 오래 남을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아야 한다. 바둑판처럼 정리한 마을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깁고 덧댄 마을이 숭고하다. 자연의 터무니에 순응하는 사람은 따뜻하다. 각자의 무늬를 인정하면 나도 조금 따뜻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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