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명옥 Aug 21. 2023

인디아의 박세리

객석에 불이 꺼진다. 무대에 여자 단원 한 명이 걸어와서 쳄발로 앞에 앉는다. 나머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양쪽에서 줄지어 등장한다. 기다란 목관악기를 든 남자 연주자는 웃으며 스케이트 타듯 입장한다. 신선하다.


20여 명을 지휘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악장도 독특하다. 수도사 복장으로 춤꾼처럼 연주한다.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서서 자유분방하게 연주한다. 딱딱한 자세보다 보기가 편하다. 작은 차이는 청중에 대한 배려로 느껴진다.


카운터테너 '사무엘 마리뇨'는 연주자이다. 발레리노의 몸짓과 예쁜 표정으로 연주한다. 하이힐에 쫄바지, 반짝이 셔츠도 매력 있다. 눈이 번쩍 뜨이는 감동도 연주장을 나오면 스멀스멀 사라진다. 내 기억의 저장고는 이제 흐물흐물하다.


이 낡은 기억력으로 가끔 아디티 아쇽이 생각난다. 아쇽은 무명의 신인 골퍼로 타깃을 그린  헝겊에 대고 연습하여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4위에 오른다. 여자 골프 불모지 인디아의 기적이다. 어제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대회 2R에서 선두이다. 그녀의 에너지가 잔잔히 번진다. 인디아의 박세리를 꿈꾸는 아디티 아쇽을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터무니에 순응하는 사람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