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명옥 Aug 24. 2023

낯선 루틴에 너그러워진 할멈

라파엘 나달은 경기중 마신 음료수병을 줄맞추어 세운다, 늘. 상표가 똑같이 드러나도록 까탈부린다. 서비스 전에는 항상, 두 귀를 번갈아 만지고 코를 쓰다듬는다. 그 루틴은 풍자되기도했다. 서비스를 받는 상대 선수는 상쾌하지 않다.

손자가 이불귀의 방울을 만지며 잠든다. 평소에는 제 옷의 단추를 만지고 할멈의 단추도 찾아낸다. 조물락 조물락, 가만히 촉감에 집중하다가 눈 맞추며 웃는다. 느낌이 어떤지 기분은 어떤지 묻고싶지만 아이는 아직 말을 못한다.

한 달에 한번 아들집으로 여행 간다. 아들네와 함께하는 시간은 그들의 리듬에 맞추느라 나의 일상이 잠시 달라진다. 식사 시간과 음식이 다르고 운동량을 유지할 수 없어 다소 불편하다. 내 루틴에서 벗어나면 시간과 공간이 나를 깨운다. 이것이 여행의 맛이다. 익숙한 것은 편해서 좋고 다른 것은 변화라서 좋다.

나달이 귀코를 쓰다듬는 습관은 고치기 어렵다. 단추를 만지는 아이의 루틴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할멈이 되니 낯선 루틴에 짜증내지 않고 다양한 루틴에 선하게 웃는다. 할멈의 여유가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 문명을 맛보여 주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