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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Dec 16. 2024

"다들 나를 마이 챙깄다"

의성 하말돌 할배가 저 세상으로

12월  8일, 의성에서 76세 노인이 세상을 떴다. 다리를 절면서 매일 폐지를 주운 할배, 기초생활수급비를 허투루 쓰지 않고 모은 할배, 조실부모하고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할배, 혼자 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는 할배, 이름에 서러움이 가득한 의성 할배 하말돌.


12.3 비상계엄 선포로 긴장이 가득한 때 떠난 할배는 한강이 스톡홀름 블루 카펫을 밟고 박수받는 장면을 못 보았네. 노벨상 수상식연주자처럼 멋지진 않아도 의성 할배는 할멈을 먹먹하게 한다. 기초생활수급비를 아껴 모은 전재산 5백만 원을 기부하다니. "돌아보면 모두 감사한 이들뿐이다."


가족도 없이 소아마비를 앓은 몸으로 70살이 넘어서도 손수레를 끌며 폐지를 모은 삶이 감사하다고. 의성읍 복지팀 직원 안부 전화하고 주 2회 도시락을 챙겨주고 이웃들이 손수레를 밀어서 자신을 많이 챙겨주었다고. 할배를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여기는 사람들보다 할배가 더 평화롭다.


낙동강가 폐가 빈터에 검은 해바라기가 서있다. 늘씬한 키에 노란 꽃과 고소한 씨앗으로 사랑받던 해바라기가 겨울이 되어도 눕지 못한다. 인적 드문 공터에 내년 여름이 오면 해바라기가 쑤욱 올라올까? 의성 할배 하말돌의 기일이 되면 낙동강가 옹정골길에 가리라. 선 채로 말라죽은 해바라기를 보며 그를 기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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