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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가 뚝뚝 떨어지면

by 송명옥

주방에 서니 동창으로 붉은 기운이 느껴진다. 5시 15분, 뜨는 해를 보자고 허겁지겁 나선다. 일출을 가까이 보려고 해수욕장으로 간다. 5시 17분, 해는 이미 떴다. 해는 먹구름 사이로 반만 드러나고 선홍색 윤슬이 띠처럼 길다. 먹구름이 해를 가리자 바다는 잿빛이다. 잿빛 바다도 멋있다. 화려한 금빛, 한낮의 은빛만큼 아름답다.

오포 해수욕장 솔숲에는 차박족들이 아침잠을 즐기고 작은 등대에는 낚시꾼들이 일요일 아침을 누린다. 밤새 동해의 바람과 냄새를 점령한 그들은 아침부터 바닷속을 뒤적인다, 낚싯줄이 흔들리기를 기다리며.

테트라포트들이 해수욕장 바다를 메우고 있다. 큰다리를 놓고 주차장을 확보하려면 솔숲과 해수욕장은 살아남지 못한다. 지금 걷고 있는 모래밭과 철석이는 파도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신을 벗고 바다에 들어간다. 파도와 놀며 전설이 될 평화를 저장한다.

마당의 오디가 까맣게 익어 툭툭 떨어진다. 마당이 지저분하다고 집주인이 뽕나무를 베지는 않을까? 손톱 밑이 까매지도록 익은 오디를 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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