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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개비 마을을 도깨비불이 덮쳤다

억울하고 분하다

by 송명옥
석리항 따개비마을 3/28 해 넘어갈 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밤, 갑자기 tv가 꺼졌다. 실내등이 껌벅껌벅하다가 동네가 깜깜해졌다. 오십천 건너편 대게거리도 바닷가 산밑 동네도 어둡고 자동차 불빛만 밝다. 전조현상이 있었다. 고주파 발신음과 대피하라는 긴급 재난 문자가 손전화기로 계속 날아왔다. 손전화기는 조용해졌는데 전깃불은 한참 들어오지 않았다. 3월 22일부터 의성 쪽에서 매캐한 냄새와 스모그 같은 연기도 스멀스멀 넘어왔다. 23일 일요일 자정 무렵, 빛은 없고 풍속 25km/h 바람소리가 무서운 밤이었다.


24일 월요일 저녁에 아들네 네 식구가 여행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강구까지 310km, 중앙고속도로와 상주-영덕 고속도로를 타면 4시간 거리이다. 상주-영덕 구간을 통제하는 바람에 안동 시내를 거쳐 국도로 돌아 돌아 6시간 걸렸다. TV에서는 종일 안동과 청송, 영양까지 북쪽으로 옮겨가는 의성 산불 소식이었다. 바람이 동쪽으로 불어 우리 동네에 하루 종일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자욱했다.


25일 저녁에 청송 접경지인 영덕 지품에 산불이 넘어왔다고 보도되었다. 26일 아침에 지품 사는 지인이 '집과 과수원이 몽땅 타고 다른 회원은 연락두절이다'라고 전화 주셨다. 영해 아산 병원에서 밤 진료는 안 한다는 연락이 오고 영덕읍 석리항까지 산불이 도깨비불처럼 튀어 번졌다는 소식이 왔다. 예보된 비는 오지 않고 불길은 잡히지 않고!


"의성 산불, 영덕 강구항까지 12시간 내 51km 날랐다. (2025. 3.27 14:42 뉴시스 김×× 기자)" "위성 분석 결과 25일에는 이 바람을 타고 동해안 영덕 강구항까지 이동했습니다.(2025. 3.28. 06:36 KBS박++ 기자) 강구항에는 불이 번지지 않았는데? 강구항이 불탔다는 것은 오보이다. 오보를 보고 들은 지인들이 전화한다. "강구는 괜찮습니다. 영덕읍 석리항 '따개비 마을'과 노물항이 불탔습니다."


28일 금요일, 밤새 비가 내렸고 14시 30분쯤에 영덕 산불을 완전히 껐다고 한다. 22일 의성 안평에서 난 불은 1주일 동안 청송, 안동, 영양과 영덕을 휘젓고 튀었다. 주택 945채가 완소 되고 사상자도 20명이 넘는다. 동해안 블루 로드 4번의 명소 '따개비 마을'은 처참하다. 이 마을이 입은 손실만도 어마어마한데 실화자는 고의성이 없다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최고 벌금이 3천만 원이라니! 집과 과수원과 선산이 불타버린, 그들의 정신적 충격, 정서적 고통, 경제적 손실은 그냥 운수인가? 억울하고 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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