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명옥 Aug 21. 2023

월요일의 올레길 걷기


주말에는 집을 지킨다. 집안에서 사부작대고 동네를 어슬렁거린다. 경제활동인을 위한 은퇴자의 배려이자 젊은이에 대한 할멈의 양보이다. 비 예보가 있는 월요일 아침에 집을 나선다. 오늘은 차로 15분 이동한다.
대단한 환경지킴이는 아니어도 평소  배기가스를 덜 뿜으려 한다. 휘발유값이 리터당 2천 원을 넘어도  오늘 여행은 특별하다.

08:10, 화진해수욕장에 주차하고 조사리를 향해 걷는다. 해파랑길 18코스 중 3.5km이다. 혼자 걸으면 왕복이라 7km, 두 시간 거리이다. 마을을 지날 때는 올레길도 밟고 사진도 찍으니 더 걸린다. 구진마을에서 앉은 줄다리기를 처음 알고 그들이 앉아서 줄 당기는 이유에 박수한다. 방석리 해변에서 '5인의 해병순직비'를 이제야 보며 미안해진다. 꽃다운 청년들이 1965년 12월에 파도에 휩쓸려 순직했다. 독석리 거무돌해안 조약돌들은 파도에 쓸린다, 자그락자그락!

모래밭을 걷고 방파제에 머무르고 소나무숲도 지나서 조사리해변에 도착한다. 빨간 해당화를 찍고 바다괭이 소리를 듣고 바닷물에 발도 담그며 시간을 재지 않았다. 바닷바람에 두 시간 씻은 셈이다. 걸으며 귀한 것들을 본다. 땅을 밟으니 사소한 것들도 예뻐 보인다. 세 시간 걸으며  '산티아고 부럽지 않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란 말이 절로 나온다. 방석리 골목에 핀 분홍색 낮달맞이꽃도 예쁘다.



매거진의 이전글 느릿느릿 생각해 보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