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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1. 2023

'보리'의 흩날리는 털을 찍어내는

10살 소년은 반려동물을 원했지만 어미는 그 바람을 들어주기 어려웠다. 동기간이 없는 소년과 털알레르기가 있는 어미는 햄스터로 합의했다. 골든햄스터 두 마리에 케이지, 쳇바퀴, 톱밥, 밥그릇, 물그릇까지 갖추어 살림을 차렸다. 일주일 만에 한 마리가 싸우다 죽고 남은 한 마리는 3년을 살았다.


햄스터를 키우던 아들은 결혼하자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했다. '보리'와 '보노'는 거세한 수컷이었다. 그들은 화장실, 캣타워, 스크래쳐, 밥그릇, 물그릇과 케이지로 두 살림을 차렸다. 페르시안 보리는 파란 눈에 뽀얀 털이 이쁘지만 털이 많이 빠졌다. 집사들은 출근하거나 외출할 때 찍찍이 롤러로 옷에 붙은 털을 제거했다.


고양이털을 는 찍찍이 롤러를 그때 처음 보았다. 찍찍이 롤러로 팔순의 노모가 러그를 청소하신다. 이제 나도 찍찍이 롤러로 아침마다 요를 다. 찍찍이 롤러는 생필품이다.


보리의 털을 찍어내는 찍찍이 롤러는 이름도 다양하고 종류도 많다. 이불을 털지 못하는 아파트 생활에, 반려묘의 털 제거에 테이프 클리너는 유용하다. 문화가 달라지니 새로운 도구를 만들고 그 도구는 다시 문화를 바꾼다.


2022.3.10.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 확정되었다.

가만 있어도 털이 날리는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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