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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룬 '보리 '의 집사

by 송명옥

열 살 소년은 고양이를 원했지만 어미는 그 바람을 들어주기 어려웠다. 동기간이 없는 아들과 털알레르기가 있는 어미는 햄스터로 합의했다. 청소와 모든 관리를 책임진다는 약속을 하고 아들은 골든햄스터 두 마리를 데려왔다. 케이지, 쳇바퀴, 톱밥, 밥그릇, 물그릇까지 갖추어 살림을 차렸다. 일주일 만에 한 마리가 싸우다 죽고 남은 한 마리는 3년을 키웠다.


햄스터를 키우던 아들은 결혼하자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했다. '보리'와 '보노'는 거세한 수컷이었다. 그들은 화장실, 캣타워, 스크래쳐, 밥그릇, 물그릇과 케이지로 두 살림을 차렸다. 페르시안 보리는 파란 눈에 뽀얀 털이 이쁘지만 털이 많이 빠졌다. 집사들은 출근하거나 외출할 때 찍찍이 롤러로 옷에 붙은 털을 제거했다.


고양이털을 찍는 롤러를 그때 처음 보았다. 10년 전이다. 이제는 구순 노모도 찍찍이로 러그를 청소하신다. 나도 찍찍이 롤러로 아침마다 요를 민다. 이불을 털지 못하는 아파트 생활에, 반려묘의 털 제거에 테이프 클리너는 유용하다. 문화가 달라지니 새로운 도구를 만들고 그 도구는 다시 문화를 바꾼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던 소년은 결혼하고 그 꿈을 이룬다. 며느리가 보리와 보노의 뒷바라지를 맡은 덕에 아들은 즐거운 집사이다. 공기 청정기를 사고 아침마다 찍찍이 롤러로 털을 찍어내면서도 짜증스러워하지 않는다. 가끔 보험 안 되는 병원비를 쓰면서도 불만하지 않는다. 아들은 소년의 꿈을 이루어내고 느긋하다.


2022.3.10.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 확정되었다.

가만 있어도 털이 날리는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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