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아이들은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과 함께 자란다
제법 초가을 날씨가 옷깃을 여미게 할 정도로 추워져 시골에 심어놓은 고구마를 캐려고 내려갔다. 대전에서 막내 부부가 휴일을 맞아 손자 녀석들을 데리고 시골집에 내려왔다. 이 녀석들이 시골집에 오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시골집 마당에는 메뚜기가 뛰어다니고 작은 청개구리도 나오고 사마귀도 풀 섶에서 마중 나왔다. 여름이 지났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마당에 텐트를 쳐서 아이들이 놀게 하고, 준 이 고구마를 캐겠다고 나서 몇 뿌리를 파가자고 와서 숯불에 구웠다. 숙성되지 않는 고구마는 아직은 맛이 들지 않았고, 가뭄이 들어 크기도 작았다.
작은 개구리가 텐트 옆에 나와서 준이는 반가운데, 세 살 난 윤 이 밟아버리려고 한다. 깜짝 놀란 준 이 “하지 마! 발로 밟으면 얼마나 아프겠어, 너도 밟으면 안 아프겠냐?” 말린다. 준은 우리 나이로 다섯 살이다. 작은 개구리 하고 놀다 개구리를 풀 섶으로 보내 준다. 호박잎에 붙어있는 나비 애벌레를 보고 애벌레를 손에 올려놓고, 한참을 애벌레와 놀면서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해한다. 나비 애벌레는 몸길이만큼씩 등을 구부려 이동했다. 그 모습을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깔깔거린다. 아이들은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운 것이다. 아이들은 같이 놀던 친구들을 다시 풀 섶으로 보내 준다. 하늘 강아지, 장수벌에, 두꺼비 등 농약을 치지 않는 집 언덕에는 곤충들도 자리를 잡고 평화롭게 살고 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두꺼비를 아이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만져 본다. 시골집은 외부의 괴롭힘이 없으니 곤충들의 천국이다….
저녁이 되어 외할아버지 무릎에 앉은 윤이 말을 한다. 이제 한참 말을 배우는 아이가 천천히 작은 목소리로 뜬금없이 “우리 할아버지가 빨간불인데 길을 건넜어요.” 준 이 “건널목이 아닌데 할아버지가 길을 건넜어요.” 하고 외할아버지에게 이른다. 정말 아이들에게서 어른들은 항상 배우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게 한다. 할아버지가 차가 없는 한적한 길에서 무단횡단을 하고 신호등을 지키지 않은 것이, 이 아이들 눈에 포착이 되고 기억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은 길을 건널 때에는 건널목으로 건너야 하고, 신호등은 파란불일 때 손을 들고 건너야 한다고 교육을 받아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차가 없는 한적한 길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 나왔다가 무단횡단을 하셨던 모양이다.
“할아버지, 저 여권 사진 찍었어요, 여권 사진은 흰옷을 입으면 안 된대요, 그래서 사진관에서 옷을 빌려줬어요. 사진을 갖고 구청에 가서 여권 신청을 하면 돼요. 5일 후면 여권이 나온 데요. 할머니 여기 사진 있어요, 나 보고 싶을 때 보세요.” 하고 아이가 사진을 건네주었다. “그래 준 이 보고 싶을 때 볼게” “할머니도 구청에 가서 여권 만드세요.” 아이가 말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어른 같다.
엄마 아빠랑 바닷가에 놀러 간 아이들이 작은 꽃게를 잡아 왔다. 아이들은 작은 돌게도 꽃게라고 부른다.
“우와 된장국 끓여 먹으면 맛있겠다.” 했더니 기겁을 한다.
“안 돼요, 집에 가지고 가서 키울 거예요”
집에서 도둑 게를 키우고 있다고 하는 아이들이다.
“어쩌나 바다에 사는 게는 집에 데리고 가면 살 수가 없는데” 게가 살 수 없다는 말에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그럼 바다에 다시 보내 주세요, 절대로 국 끓여 먹으면 안 돼요.” 당부하는 아이가 사랑스럽다.
이 녀석들 시골집에 오면 뭐가 그리 좋은지 호스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잡고 물을 뿌리며 장난치고 한참을 놀다가 잠이 들었다. 준 이 생일날 받고 싶은 선물은 작은 분수대가 갖고 싶단다. 할아버지 집에는 다 있는데 물레방아가 없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 작은 물레방아라도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가을 들판에서 벼를 수확하는 콤바인을 한참 동안 구경하고 왔다는 아이들이다. 굴착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굴착기가 작업하면 길을 가다가도 멈추고 한참을 구경하다가 가곤 한단다.
준 이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모아 콤바인을 사주겠다고 해서 “준아, 할아버지에게 트랙터 사주면 좋겠다.”라고 했더니 “그러면 처음부터 경운기 사지 말고 트랙터를 사지 그랬어요?” 하고 말하는 아이다. 어떻게 다섯 살 난 아이가 경운기와 트랙터가 같은 기능이 있는지를 아는지 신기할 정도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할아버지가 풀을 베면 준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쓰레기를 쓸어 담기도 하고, 할아버지 하고 준 하고 딱 맞는 친구 같다. 둘이서 말을 주고받고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친구처럼 재미가 쏠쏠해 보인다….
다음날, 귀여운 두 녀석 엄마랑 아빠랑 다시 집으로 가고 우리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생각해 보면 어른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평생을 산다. 부모일 때에는 내 자식들 커나가는 것 보면서, 아이들의 재롱에 행복해하고 희망을 보면서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손자 손녀들 보면서 사랑하고 예쁜 모습들에 반해서, 내 자식 키울 때보다 더 정성을 들이고 아끼며 보람을 찾는다.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로 정해진 법을 어겨서는 안 된다. 아무리 안전한 도로라고 생각되더라도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겠다.
미래의 꿈나무들인 아이들이 안전하게 잘 커나갈 수 있도록, 어른들은 최선을 다해서 모든 아이를 보살피고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비추는 거울이다. 어른들이 하는 대로 아이들이 따라서하게 되니, 어른들은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내 모습을 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어른들이 바로 서야 아이들이 바로 선다는 경각심을 갖고, 아이들의 말속에 숨어있는 생각들을 지켜보아야겠다. 죽는 날까지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면서 나이가 들어도 ‘아이에게서 배운다.’라는 말은 그저 하는 말이 아니라는 말을 실감했다.
금수강산에 새싹들
둥그런 책상에 둘러앉은 새싹들
작은 꽃망울의 영롱한 눈빛
그림책 위에서 별처럼 반짝인다
우리의 새싹들이 사는 세상은
따뜻하고 훈훈한 바람이 부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리
남과 북이 똘똘 뭉친 새 희망이여
백두대간 활기 넘치는 이 땅에 기운들
우리가 만들어주리
새싹들이 어른 되어 사는 세상을
소낙비 지나가고 호랑이 장가가던 날
하늘을 수놓던
일곱 빛깔의 무지개 꿈을
작은 꽃망울의 영롱한 눈빛
둥그런 책상에 둘러앉은 새싹들
그림책 위에서 별이 되어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