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돌잡이 때 명주실을 꼬옥 잡고 놓질 않았대

by 가예


나는 돌잡이 때 명주실을 꼬옥 잡고 놓질 않았대

돌밖에 안 된 애기가 어찌나 안간힘을 썼던지, 부모님은 두어 차례 그걸 가져가려고 하다가 몹시 난처해지셨대. 보다 못한 친할머니가 그걸 내게서 뺏었는데 악력이 너무 센 나머지 친할머니의 손과 함께 내가 쥔 명주실이 튕겨 나갔대. 바닥으로 톨톨거리며 굴러 떨어지는 그 명주실에 모두가 숨을 죽였대.

왜 그랬을까. 그 순간 왜 모두가 그걸 오래도록 지켜봤을까.

난 외할머니가 이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잠자코 생각했었어. 근데 난 왜 그때 이 질문을 너스레 묻지 못했을까?



비음 섞인 소리가 어떤 이의 숨소리와 엇갈려 들려온다. 꼼지락거리기를 몇 번, 숨을 몰아쉬고는 일어난다. 어쩌면 숨을 몰아세운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일어나자마자 아주 오랜 습관처럼, 태어나기 전부터 그런 습관이 존재했다는 것 마냥 주위를 더듬거린다. 잡히는 팔에 이전과는 다른 깊이의 숨이 들이마셔졌다가 내뱉어지고 복층을 메운다.

아까 꾸었던 악몽이 예지몽이 되기라도 한 걸까. 끓어오르는 욕지기에 화장실로 바로 달려간다. 변기통을 꼬옥 부여잡고 숨을 잠시 멈추고 시야를 흐리게 하면 3초가량은 다시 구역감이 사라진다. 3초가 흐른다. 식도에서 끓는 묵직한 감은 계속 얼굴과 목 아래를 절단하는 가름끈이 된다.


집에서 키우는 교가 엄지발가락을 깨문다. 어떤 날은 이 감촉이 날 깨우는 게 싫어서 십시일반 자는 척도 해보고, 실제로 잠들려고도 했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것은 자꾸만 나를 살게 하여 기어코 이부자리 밖을 나가게 한다. 그렇게 ‘날’을 인지하는 순간 아래층에서 밥을

볶는 참기름 풍미가 물씬 밀려온다. 밤새 뒤척임에 힘이 닳고 없어 힘을 내는 소리, 복층을 딛고 내려가는 엇박자의 발자국 소리에 성현이 언제나처럼 마중 나온다.


악몽 꿨어?

응.

괜찮아. 꿈이야. 많이 무서웠어?


꿈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꿈일 수 없다고. 생시를 오가는 이건 내게 결코 꿈이 아닌 무언가라고. 하지만 별 거 아니라고 먼저 미소 짓는 성현을 보면 나도 그래- 꿈이었지, 하고 말하고 싶어 진다.



나는 지금과는 동떨어진 어느 과거에 홀로 남겨져 있는데 그런 나에겐 가족도, 아는 사람도 없어. 내가 어느 날, 먹는 것마다 토해내는 게 이상해서 병원에 갔는데 상태가 안 좋은지 의사는 내게 내시경을 권해.

얼마나 옛날이냐면 말이야. 쇠꼬챙이 같은 걸로 내 목구멍을 쑤셔. 이게 들어갈 리가 없는데 말이야. 어떻게든 입술을 벌리고 목젖을 비집고는 그걸 넣고 마는데, 동 시간의 나는 또 내 위장 안을 들여다볼 수가 있는 거야. 다 구멍이 나있어. 그 구멍들은 꼭 담뱃재에 타들어

간 것 마냥 둥글고 검더라.

그런데 의사는 구더기가 들끓는 투명한 함을 하나 들고 와. 이걸 내 위장에 넣어야만 내 병이 낫는다나 뭐라나. 그걸 하염없이 들이붓더라고.



성현은 어떤 것은 유심히 귀 기울여 듣고, 또 어떤 것은 흘겨 들었다. 하지만 내내 듣고 있다는 듯 어설프게나마 답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창동 감독은 <시>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