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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재민 Sep 20. 2023

민중

함께 일했던 아재들은 하나같이 입이 험했다.

고참아재는 일이 잘풀리지 않을 때면 종종

“조선놈들은 이래서 안돼.후레자식들”

“빨리빨리 움직이란 말이다.이 개새들아”

하며 짬밥 덜먹은 아재들을 갈구곤 했다.


나 역시도, 갈굼에 자유롭진 않아서 욕을 들어먹곤 했다.

이 고참아재들을 보며 느낀 바는 , 약자는 온순하지 않다,약자는 본디 거칠다는 것이었다. 험한 일을 통해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받아온 사람의 말투와 행동거지는 억세기 마련이다.


진보진영에서 활동하다 보면,이 민중을 위해 복무하겠다는 사람을 종종 본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 그려놓은 민중은 온순하며,순종적이지 싶다.내 생각에 그 사람이 생각하는 민중은 이 세상에 없을 거 같다.그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거 보다 민중은 억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를 자처한다면, 거친 민중과 어울리고 함께할 줄 알아야 한다.어르신 입에서 곱지 않은 말이 나오더라도 어르신의 진의를 파악해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세대 차이가 느껴지는 사람일지라도 함께 밥을 먹으며,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앞서간 어른들이 해온 일이다. 그러니 우리 청년들 역시도 거친 민중과 어울리는 일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있어 보이는 말로 회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년 남성이 어떻느니, 노인의 인지상태가 어떻느니 하는 말은 당신들이 지양해온 ‘혐오성 발언’이 아니던가. 우리는 우리가 뱉은 말을 다 지킬순 없지만, 적어도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게 인간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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