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나 드세던 반골은 어디갔나
예비대표께서 나를 만나러 내려온다고 했다. 불과 몇년전까지 땅바닥에 앉아 도시락을 먹던 사람이, 이제 중앙정치인과 독대를 한다. 위원장으로 당선되고 나서 처음 맞는 일정이었다. 긴장했다. 아니, 긴장했다기보다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서울의 정치인을 만난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먼길 오신길에 포항 앞바다도 보고 가시라는 의미에서 영일대해수욕장 해변의 가정초밥집 주소를 보내드렸다. 나는 자꾸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막일하던 시절 습관이었다.
중앙정치인을 만날 일이 없어 긴장하던 찰나 연식이 오래된 승용차 한대가 내 옆에 섰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뒤로 묶은 채 검은양복을 입은 여성이었다. 예비대표였다. "안녕하세요."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며 인사를 건넸다. 나도 어색하게 웃으며 악수했다. 손이 떨렸다. 중앙정치인을 만나는게 처음이었다. 대번에 봐도 이 사람과 나는, 너무 다른세계에 사는 것만 같았다. 그는 '표준적인 여성정치인'처럼 보였다. 말투도, 옷차림도, 제스처도. 마치 유년시절부터 정치를 준비해온 사람처럼 정제되어 있었다. 반면에 나는 대학교를 두번이나 자퇴하고, 흘러흘러 어쩌다 직함하나 맡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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