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는 그냥 시간이 지나면 찾아오는 것?
모든 언어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어휘를 선택하고 어떤 대화형식을 취하느냐는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남성과 여성의 언어가 서로 결을 달리해온 것 역시도 두 성별이 각기 다른 개인사적 맥락과 생애경로를 거쳐 각자의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해왔음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두 성별이 사용하는 언어의 차이가 대등한 위치에서 다양성으로 존중받기보다, 어느 한쪽의 언어가 ‘정답’ 혹은 ‘성숙함’의 지위를 획득하며 다른 쪽을 ‘교정대상’으로 삼는 문화에 있습니다.
2026년 한국에서의 연애에는 보이지 않는 표준매뉴얼이 존재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개인은 ‘연애 부적격자’로 분류됩니다. 얼굴반반할 때 만났던 연인들과의 연애를 제외한다면 지금의 저 역시 그렇습니다. “오늘하루 어땠어?”라는 질문에 “그냥 그랬지 뭐"라고 답하면 여성의 입장에선 무심하게 가닿을 겁니다. 자신의 내면을 세밀하게 언어화하여 상대에게 전달하고 즉각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연인관계를 이어나가는데에 큰 도움이 되는 것 역시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감정중심의 문법은 현대사회에서 ‘여성적인 언어’라고 불리며 표준으로 자립잡았습니다. 일부 서비스직, 전문직, 사무직 등등의 광범한 직업군에서도 남성들이 이 언어를 학습하지 못하면 “능력없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연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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