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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 포레스트 아내 Jul 30. 2023

산골 아랫집의 식사 초대. 청계닭을 잡았다!

산골의 거대한 만찬, 청계알 첫 시식, 할미새의 알 부화

산골에 가면 이름 모를 닭이 "꼬끼오"하고 우리를 반길 때가 있다.

우리 아랫집 닭장 속에 사는 청계닭이다.

그 청계닭과 우리는 "꼬끼오" 청아한 목소리로 서로의 존재를 느낀 적이 많다.


5도 2촌 산골생활을 하면서 좋은 이웃을 만났다.

퇴직 후 도시에서 귀촌하신 부부로 우리 집 아랫집에 사신다.

우리가 산골에 가면 가끔씩 맛있는 음식으로 초대도 해 주시고 가져다주시기도 한다.

산골 재배 농작물로 만든 부침개,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 버섯 탕수, 내가 좋아하는 잡채, 깍두기, 김치 등 종류도 엄청나다.

시골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만든 음식이라 몸을 건강하게 해 주는 음식이다.

사모님이 손도 크셔서 양도 푸짐하게 주신다.


화창하고 기분 좋은 어느 날, 우리 가족이 산골에 갔다.

산골 아랫집에서 청계알 10알을 주셨다.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보는 달걀이 아니고 청색빛이 오묘히 감도는 신비로운 달걀이다.

청색빛이 감도는 알을 낳는 닭이라서 청계라 불리나? 생각했다.

실행력이 좋은 나는 달걀 5알을 바로 삶았다.

흰자는 쫄깃했고 노른자는 지구 같이 동그랗게 크면서 너무 고소했다.

직접 키운 닭이 건강하게 낳은 알을 바로 삶아 먹으니 참기름보다 더 고소한 맛을 풍겼다.

혼자 다 먹고 싶었지만 껍질을 정성스럽게 까서 산골에 와서 일만 하는 상남자 남편 입으로 배달했다.  


산골 아랫집 사장님이 어느 평일 날 전화하셨다.

그 고소하고 맛있는 청계알을 낳은 닭으로 백숙을 하니 어느 날 산골에 꼭 오라는 초대 전화이다.

이웃끼리 좋은 음식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자는 깊은 속 뜻이다.

그리고 닭이 알을 낳고 부화하면서 닭이 계속 많아지니 닭의 수를 줄일려고 결심하신 것 같다.

우리가 가면 가끔씩 목청 높여 "꼬끼오"했었던, 목소리로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는 그 닭이다.

집에서 늘 치킨을 배달시켜 먹지만 목소리를 아는 닭을 먹는 건 좀 민망한 상황이다.


마침내 약속한 주말 어느 날이 되었다.

아랫집 사장님이 읍내에서 닭을 손질해 오셨고 사모님은 식탁이 부러질 정도로 선물 같은 푸짐한 상을 차리셨다.

청계닭이 백숙으로 올라왔고 생선 탕수, 잡채, 오색 무말이 등 손이 많이 가고 맛난 음식이 막걸리와 함께 성찬이 되었다.

너무 고생 많으셨을 것 같아 송구해지는 상차림이다.

어디서 이렇게 귀한 상을 선물 받을지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는 고마운 상차림이다.


이번 청계닭 백숙 만찬에 아랫집 가까운 곳에서 비닐하우스를 가꾸는 5도 2촌 부부도 오셨다.

귀한 선물 같은 식사초대에 술이 곁들여지고 산골이야기와 각자 살아온 영화 같은 이야기로 만담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모임의 마무리는 아랫집에서 즐거움을 담당하는 노래방 기계가 자기 순서를 기다리다 우렁차게 등장했다.

노래를 좋아하는 남편은 열심히 노래를 부르며 모처럼 고된 산골일에서 벗어나 산골의 저녁을 즐겼다.

산골에서 부르는 노래는 자연과 함께 해서 그런지 풍부한 감성이 더해진다.

언제나 열심히 하는 남편은 일도 노래도 열심히 한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산골 만찬은 행복한 시간으로 마음속에 흘러간다.


이런 산골생활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때도 있고, 또 힘들고 슬플 때도 있다.

도시에서 보지 못하는 자연의 신비에 경이로움을 느끼다가, 또 다른 자연의 슬픈 현장을 목격하기도 한다.

할미새가 알을 낳고 부화하는 신비한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새끼새가 산에 사는 야생고양이게 잡혀 먹히고 빈 둥지만 남은 슬픈 현장을 보기도 한다.

배고픈 야생고양이는 삶을 연장하게 되었고 산을 또 누빈다.




사람의 일생은,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가끔씩 생각한다.

그냥 일상에 묻혀 있으면 일상은 단조롭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고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일상이 된다.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내 일상이 행복하지 않으면 내 인생 고민이 필요함을 느낀다.


남편은 많은 일을 한다.

평일에 직장인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주말에는 산골자유인으로 산골정원을 꾸민다.

사람이 저토록 일하는 게 가능할까?

옆에서 직접 지켜보지만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아마도 반복되는 시계추 일상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고민을 했나 보다.


꿈을 생생하게 상상하고 그 꿈이 힘들어도 묵묵히 하다 보면 꿈은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지금 힘들게 도시와 산골을 왔다 갔다 하지만 퇴직 후 산골정원에서 살게 되는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처음 황무지였던 미지의 산골도 지금은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지하수도 나온다.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하면 된다.

어느새 내가 마음에 품었던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날이 다가올 거다.

남편 핸디가 산골정원을 꿈꾸는 것처럼 아내인 나도 꿈을 향해 한걸음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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