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7일 화요일

by 김탐탐

제목을 써야 하는 순간 부담스러워졌다. 오늘 날짜를 쓰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난 사람을 좋아하면서 또 사람한테 상처를 잘 받는다. 상처받는 것이 힘들면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 데, 난 강아지처럼 사람이 좋아서 그게 잘 안된다. 호기심도 많아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얘기도 잘하고 호감도 잘 가지는 편이다. 그런데 남들보다 조금 예민해서 작은 것에 마음이 흔들리고 잘 잊지 못하고 마음에 묵어두어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나와 코드가 잘 맞는 사람과 코드를 잘 맞추기 힘든 사람으로 분류해 버린다. 물리적 거리가 있는 사람들은 가벼운 관계로 오래 지속 가능하지만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는 나도 모르게 분류해버리고 만다. 그 과정에서 나도 상처를 받았지만 아마 상대방도 상처를 받을 것이다. 참 못난 습관인데 고치고 싶은 습관인데 어느 순간 좀 더 견고해지는 것을 느낀다.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하고 그 사람과 함께 지내다 보면 사람마다 문장 부호가 생긴다. 마침표, 느낌표, 물음표. 함께 있으면 마음이 잔잔해지고 조심스러워지는 사람은 마침표로 마무리된다. 어떤 사람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없던 꼬리도 흔들고 싶은 만큼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런 사람들은 느낌표를 찍는다. 그런데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물음표가 생기는 사람들이 있다. 반전 매력을 가진 사람들도 그렇고, 어딘가 의뭉스러운 사람들도 그렇다. 몰랐던 숨겨왔던 매력을 알게 되는 사람들은 물음표로 가득 차다 어느 순간 느낌표로 바뀌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또 어떤 사람들은 알면 알수록 내가 봤던 모습과 다른 독특하면서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면이 보여 당황스러운 물음표가 하나씩 생긴다. 남들보다 예민한지라 관찰력이 섬세해 이상하게 이런 부분이 눈에 잘 들어온다. 남들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일도 왜 저런 말과 행동을 했을까 곱씹게 된다. 아 물음표의 사람들… 나를 잠 못 이루게 했던 사람들…


경험치를 얼마를 더 쌓아야 무뎌질까. 손 끝이 깊게 베일만큼 종이도 쉽게 베어버릴 만큼 예민한 나의 칼날을 무디게 하고 싶고, 그들을 모르는 척, 적당히 거리 두며 최소한의 관계만 유지하고 싶은데 나는 늘 제자리걸음이다. 쓸데없이 높은 해상도의 관찰력과 분석력으로 꼭 안 해도 되는 걱정을 한다.


마흔은 되기 싫지만 마흔 되면 괜찮아질까 기대해 본다. 남들 다 하는 포커페이스, 나도 능숙하게 연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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