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빈마음의 상태

by 실상과 허상

나이가 들면 키가 자라고 몸은 커지지만, 마음은 저절로 커지지 않는다. 학교에서 학문을 배우고 책에서 지식을 얻는다고 해서 마음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그릇을 비우면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듯이, 마음도 비우면 비울수록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마치 어린아이의 빈 마음이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듯, 텅 빈 마음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하나로 소통한다.

욕심도 거리낌도 없이 텅 비어 있는 마음은 커다란 빈 그릇과 같다. 그래서 좋은 것뿐만 아니라 나쁜 것도, 선한 것뿐만 아니라 악한 것도, 천사의 말뿐만 아니라 마귀의 말까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경제 원칙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말이 있다.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는 뜻이다. 같은 이치로 보면, 모든 것을 받아 담은 우리의 마음 속에서도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누르고, 악한 것이 선한 것을 누르며, 마귀의 말이 천사의 말을 누르게 된다. 마귀의 말은 깨끗하고 고요한 마음을 흔드는 유혹의 말이고, 천사의 말은 감사하고 배려하는 마음의 말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마귀의 말과 천사의 말은 늘 엇갈린다. 모든 사람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수양인 명상은 이 균형을 바꾼다. 좋은 것이 나쁜 것을 이기게 하고, 선한 것이 악한 것을 이기게 하며, 천사의 말이 마귀의 말을 이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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