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우리의 몸에는 몸의 균형을 맞추어 주는 역할을 하는 자율신경계의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작용한다. 교감 신경은 동기부여, 집중, 추진 등의 활동을 위한 역할을 하며, 부교감 신경은 휴식, 완화, 회복 등의 안정을 위한 역할을 담당하여, 시시각각 변하며 움직이는 우리 몸의 상태를 편안하게 유지시켜준다고 한다.
생활을 하면서 우리의 머리 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자신의 마음을 어렵게 하는 경우를 경험하며, 심지어는 이러한 생각이 맥박, 혈압, 소화 등에 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낄 때도 있다. 이러한 상태가 지나치거나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어지고, 특히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작동하는 부교감신경의 이상반응으로 인해 불안장애, 우울증 등의 증세로 나타난다.
깨어진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 명상, 타이치(Tai Chi), 요가 등의 방법이 이용되고 있으며, 현대의학에서는 MBCT 마음 챙김 명상 등에서 행하는 호흡이 부교감 신경의 안정을 위한 역할을 증가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 MBCT는 존재하지 않는 불안한 생각에 빠져 불안하다고 느끼는 증세인 불안장애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 주기위해 호흡을 통하여 현재 즉 아무 불안한 일이 없는 지금에 생각을 머물게 도와준다.
우리는 가끔 잠시 일상을 잊고 나만의 시간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 이때 자신의 호흡에 집중해서 들어오는 호흡과 나가는 호흡을 의식하면서 신체 각부위에 느껴지는 느낌을 자각하다 보면 생각이 지금에 머무르며 심장 박동수는 느려지고 마음이 편안해 진다. 이러한 호흡의 원리를 마음 치료방식에 접목한 MBCT 마음 챙김 명상은 치료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일상생활속에 부분적으로 잘 활용하면 스트레스나 불면증 해소 또는 심신안정을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단전호흡(丹田呼吸)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낯선 말은 아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제하3촌하단전 (臍下三寸下丹田), 즉 배꼽에서 3~5㎝ 아래의 하복부 위치에 가상의 지점인 단전(丹田)을 기(氣)의 근원지로 보고 이에 관한 가르침을 많이 남겼다. 단전호흡의 방법은 여러가지로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명상법과도 그 이음을 맺고 있다.
단전호흡의 특징중의 하나는 호흡과 호흡 사이의 지식(止息)이라는 자연스런 멈춤이다. 지식(止息)은 “멈춰 쉰다”는 뜻으로 숨을 쉴 때 숨을 들이켜고 멈춰 쉬고, 내키고 멈춰 쉰다는 우리말 표현속에 깊숙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자연스런 멈춤은 한동작에서 다른 동작으로 넘어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물리적 현상으로, 마치 공을 위로 높이 던질 때 공이 가장 높이 오른 최고 지점에 도달했을 때 잠시 멈추고 방향을 바꾸어 내려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자연적인 호흡과 호흡사이의 멈춤은 근래에 들어 인위적인 멈춤으로 강조되어 여러 호흡법을 통하여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에게는 물론 출산하는 산모들에게까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진정 우리 생활에서 멈춤의 순간이 없다면 어떨까? 교통신호에서 빨강불이 없고, 수돗물이 멈추지 않고, 나무가 끝없이 자라고 등, 어려운 일들이 많을 것 같다.
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지르고 싸우는 순간, 잘못 실수를 범하는 순간 등, 멈출 수만 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순간들도 있다. 그런가하면 끝없는 바다의 수평선, 깊은 산속의 적막함 등이 주는 평온한 순간이나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가지는 침묵의 순간은 우리의 마음을 고요함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일컨데, 삶은 이러한 순간들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기쁜 일, 어려운 일등의 모든 일 들은 각자 자기의 순간을 전후로 관련된 다른 순간들과 연결되어 있다. 기쁨의 순간은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고, 어렵고 힘든 순간은 빨리 잊어버리고 싶은 순간이다. 그런가하면 어느 틈인가 힘들었던 순간이 돌이키지 못할 정도로 변해져 있음을 경험할 때도 있다. 그리고는 지나간 그때 그 순간을 멈출 수가 있었으면 하고 푸념하기도 한다. 그게 형제간이나 부모 자식과의 다툼이었다면, 그 어느 한 순간을 참았었더라면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멈춤의 순간들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호흡이나 심장이 멈추면 생명에 위협을 주게 되지만, 멈춤이 멈춤에서 머무르지 않고, 다음 활동으로 이어진다면, 멈춤은 새로운 시작을 향하는 잠시의 죽음이다. 따라서 순간의 멈춤은 새로운 생명의 길로 거듭나는 새로운 시작의 근원지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멈춤에서 활동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의 탈바꿈은 태동의 힘을 지니고 있다. 이 힘은 삶의 중심을 유지하는 생명의 힘이며, 이러한 태동의 힘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주위의 유혹과 인간 관계의 갈등에서 보호하게 된다.
골프의 황제인 타이거 우즈는 일화도 많이 있다. 몇 해 전에는 타이거 선수가 티 오프 스윙을 할 때 주위에 있던 관중석에서 작은 소음이 일었고, 타이거 선수는 공을 맞추려고 내려오던 골프채의 스윙을 중간에서 멈추었고, 골프를 아는 사람들은 "아니 어떻게 스윙을 중간에서 멈출 수가 있나"하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시계가 멈추면 배터리를 새로 갈아서 다시 가게 하며, 자동차는 정해진 신호에서 멈추고, 수돗물은 잠거 멈춘다. 높이 자라는 나무는 물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높이에서 멈추고, 높이 던진 공은 최고 높이에서 멈추고 방향을 바꾸어 내려온다. 우리의 호흡에도 멈춤이 있다. 숨을 들이 쉬고, 잠시 멈추고, 내어 쉬고, 잠시 멈춘다.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멈춤은 우리의 생활과 함께한다. 끝없는 바다의 수평선, 깊은 산속의 적막함 등이 주는 평온한 순간이나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가지는 침묵의 순간은 우리의 마음을 고요함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지르고 싸우는 순간, 잘못 실수를 범하는 순간 등, 멈출 수만 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순간들도 있다. 멈춤의 순간을 다스리는 지혜는 부드러운 인간관계를 맺게 한다.
2020년 동경 올림픽은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연기되어 2021에 개최되었다. 올림픽의 꽃으로 관심을 모으는 체조경기에 출전한 미국의 시몬 바일스(Simone Biles)는 2016 올림픽 체조 4관왕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뜻밖에 시몬 바일스는 기계체조 평균대 경기에서 공중에서 회전하고 내려오는 마지막 동작 중 균형을 잃고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 정신적 스트레스의 이유로 기권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어서 시몬 바일스는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이 "주의력 결핍 과잉 활동 장애(ADHD)"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였고 많은 사람들의 격려를 받았다. "주의력 결핍 과잉 활동 장애"가 어떻게 균형감각을 순간적으로 잃게 하는지는 의학의 과제 이겠지만, 순간적 망각의 결과는 엄청나다.
호흡은 생명이다. 호흡이 없으면 생명이 없고, 호흡을 느끼면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살아있는 호흡은 생명의 호흡이다. 호흡은 생명을 주고, 생명은 자연의 힘을 나눈다. 조그마한 꽃씨 하나가 땅 속에서 변화되어 생명의 힘으로 무거운 땅을 헤치고 솟아오르며, 나무의 뿌리는 땅속의 물을 높이 자란 나무 꼭대기까지 공급한다. 호흡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공기나 물처럼 귀하면서도 그 귀함을 내세우지 않는다.
호흡은 현재이다. 호흡을 느낄 때 우리는 현재의 순간을 경험한다. 현재의 순간은 과거도 미래도 없는 지극히 짧지만 영원한 순간이다. 호흡이 이어질 때 현재도 이어지고 우리는 현재 속에 머무르게 된다. 과거나 미래 등의 시간은 인간이 생활의 편리를 위해 만든 작품일 뿐, 자연의 흐름은 시간을 따르지 않는다. 인간이 시간의 잣대로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려고 할 뿐이다.
호흡은 소리이다. 호흡의 숨소리는 공기가 우리의 몸 안에서 이동하는 생명의 소리이다. 숨소리는 새소리나 파도소리처럼 보이는 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바람소리나 봄비 맞아 움터 나는 나뭇잎 소리처럼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모아야 들리는 마음의 소리이다.
호흡은 신비이다. 호흡은 대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우주는 150억년, 지구는 40억년에 걸쳐 자연의 천기(天氣)를 형성한다. 우리는 이러한 대자연의 천기(天氣)를 호흡하며 무위자연(無爲自然)의 흐름을 따른다.
걱정과 근심은 불안한 생각과 애태우는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로서 '걱정이 많다' '근심이 끊이지 않는다'등 순수한 우리말로 알려져 있다. 살다 보면 자녀 걱정, 연로하신 부모님 걱정 등 걱정 근심이 없을 수는 없지만, 때로는 쓸데없는 걱정과 오만가지 생각으로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걱정과 근심의 차이는 바늘과 실의 차이와 같아서 서로 떨어지지 않는다. 걱정이 많으면 근심이 늘고, 걱정이 없으면 근심도 사라진다. 걱정은 생각에서 비롯하고, 걱정이 많아지면 소화 등 몸에 영향을 미치고, 근심이 늘면 마음의 병이 된다.
걱정과 근심은 생각에서 비롯한 스트레스는 마음 속에 자리 잡는다. 생각을 없애고 마음을 비우면 걱정과 근심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스트레스는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마치 배수관을 열 때 고여 있는 물이 소용돌이 치면서 내려가듯이, 마음을 힘들게 하는 걱정과 근심이 생길 때마다, 호흡의 문을 열고 떠오르는 쓸데없는 걱정과 근심의 스트레스를 '커'하고 기침하듯이 내쉬는 호흡 소리에 실려 밖으로 날려 보내는 연습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