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단전호흡(丹田呼吸)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낯선 말은 아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제하3촌하단전 (臍下三寸下丹田), 즉 배꼽에서 3~5㎝ 아래의 하복부 위치에 가상의 지점인 단전(丹田)을 기(氣)의 근원지로 보고 이에 관한 많은 가르침을 남겼다. 단전호흡의 방법은 여러가지로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명상법과도 그 이음을 맺고 있다.
단전호흡의 특징중의 하나는 호흡과 호흡 사이의 지식(止息)이라는 자연스런 멈춤이다. 이 지식(止息)은 “멈춰 쉰다”라는 뜻으로 숨을 쉴 때 숨을 들이키고 멈춰 쉬고 내키고 멈춰 쉰다는 우리말 표현속에 깊숙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자연스런 멈춤은 한동작에서 다른 동작으로 넘어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물리적 현상으로, 마치 공을 위로 높이 던질 때 공이 가장 높이 오른 최고 지점에 도달했을 때 잠시 멈추고 방향을 바꾸어 내려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자연적인 호흡과 호흡사이의 멈춤은 근래에 들어 인위적인 멈춤으로 강조되어 여러 호흡법을 통하여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에게는 물론 출산하는 산모들에게 까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진정 우리 생활에서 멈춤의 순간이 없다면 어떨까? 교통신호에서 빨강불이 없고, 수돗물이 멈추지 않고, 나무가 끝없이 자라고 등, 어려운 일들이 많을 것 같다. 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지르고 싸우는 순간, 잘못 실수를 범하는 순간 등, 멈출 수만 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순간들도 있다. 그런가하면 끝없는 바다의 수평선, 깊은 산속의 적막함 등이 주는 평온한 순간이나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가지는 침묵의 순간은 우리의 마음을 고요함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일컨데, 삶은 이러한 순간들의 연속이라고 한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기쁜 일, 어려운 일등의 모든 일 들은 각자 자기의 순간을 전후로 관련된 다른 순간들과 연류되어 있다. 기쁨의 순간은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고, 어렵고 힘든 순간은 빨리 잊어버리고 싶은 순간이다. 그런가하면 어느 틈엔가 힘들었던 순간이 돌이키지 못할 정도로 변해져 있음을 경험할 때도 있다. 그리곤 지난 그때 그 순간을 멈출 수가 있었으면 하고 푸념하기도 한다. 그게 형제간이나 부모 자식과의 다툼이었다면, 그 어느 한 순간을 참았더라면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멈춤의 순간들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호흡이나 심장이 멈추면 생명에 위협을 주게 되지만, 멈춤이 멈춤에서 머무르지 않고, 다음 활동으로 이어진다면, 멈춤은 새로운 시작을 향하는 잠시의 죽음이기도 한다. 따라서 순간의 멈춤은 새로운 생명의 길로 거듭나는 새로운 시작의 근원지임을 의미 하기도 한다. 멈춤에서 활동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의 탈바꿈은 태동의 힘을 지니고 있다. 이 힘은 삶의 중심을 유지하는 생명의 힘이며, 이러한 태동의 힘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주위의 유혹과 인간 관계의 갈등에서 보호하게 된다.
자연계의 모든 물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게 중심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의 몸에도 어디엔 가 무게 중심이 있게 된다. 물론 단전의 위치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인체의 여러 기관 중 하복부가 가장 무겁다는 의학계의 자료를 볼 때, 단전이 우리 몸의 “무게 중심”과 비슷한 위치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할 수 있다.
또한 현세기 과학은 신비에 싸여 있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거대한 우주의 태양계, 물체를 이루고 있는 가장 작은 입자인 원자의 모형, 이들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기본 구성이 놀랍게도 유사한다. 태양계에서는 지구를 비롯한 여러 항성들이 태양의 중력에 끌려 그 주위를 돌고, 원자 모형에서는 전자들이 원자핵의 주위를 빠른 속도로 돌며 감싸고 있다. 이는 우주속의 물체들이 혼자 스스로 존재하기보다는, 어떠한 중심을 향하며 주위와 더불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마음이나 생각 등도 생명의 힘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음을 볼 때, 마음이나 생각도 생명의 힘을 공급하는 근원점인 중심을 향하여 존재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않고 마음이나 생각이 제각기 따로 혼자 존재한다면 자연의 원리를 벗어나게 되고, 그 결과는 마음의 불안 등을 초래할 뿐이다.
생명의 힘을 공급하는 근원점을, 위에서 기술한대로, 모태에서 생명이 시작된 배꼽 지점, 기(氣)의 중심인 단전, 몸의 무게 중심인 하복부 중앙의 한 지점 등 여러 근원점들의 중앙에 위치한다고 가상하고, 이글에서는 이러한 생명의 힘을 공급하는 근원점을 편의상 “근원점의 중심”이라 칭하고, 위에 기술한 내용을 토대로 인위적인 멈춤의 호흡을 “근원점의 중심”과 연결해 보려 한다. 즉 “근원점의 중심”점을 중심으로 복부 기관에 해당하는 욕정의 궤도가 자리하고, 그 외곽으로 심장과 가슴을 중심으로 하는 마음의 궤도가 욕정의 궤도를 둘러 싸고 있다. 한편 그 외곽에는 머리를 중심으로 하는 사고의 궤도가 마음의 궤도를 둘러 싸게 된다. (그림 참조)
이때 바깥쪽 궤도에 자리하는 온갖 생각과 걱정, 불안한 마음, 욕심 등은, 멈춤의 호흡이 반복될 때마다, 마치 햇빛이 렌즈를 통해 한점에 모이듯이, “근원점의 중심”점을 향하여 새생명으로 거듭나는 변화를 이루게 된다. 처음에 희미하기만 하던 “근원점의 중심”점은 멈춤의 호흡이 반복 될수록, 점점 선명해지고 작아지고 밝아지게 된다. 그러나 멈춤의 호흡이 약할 때에는, 온갖 생각과 걱정, 불안한 마음, 욕심 등은 점점 더 커지기만 할 뿐 “근원점의 중심”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약해지게 된다.
이와 같이 멈춤의 호흡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멈춤의 호흡을 도와주는 하복부 근육은 유년시기를 지나면서 사용하지 않는 관계로 점점 굳어지게 된다. 따라서 “근원점의 중심”을 향한 멈춤의 호흡을 하기위해서 첫번째로 해야 하는 일은 하복부 및 온몸의 근육 풀기 운동이다. 하복부 근육이 다시 풀리게 되면, 하복부 근육이 호흡에 따라 쉽게 들숨에 오르고 날숨에 내리게 된다. 이때 호흡은 코를 통하여 천천히 들이 쉬고, 코를 통하여 천천히 내어 쉬거나, 또는 입을 통하여 일정한 소리와 함께 내어 쉴 수 있다. 호흡과 호흡 사이의 자연적인 멈춤도 여건에 따라 인위적으로 길게 할 수 있다. 물론 사람마다 호흡량이 다르고 호흡 횟수가 다르기 때문에 인위적인 호흡은 각자의 여건에 따라 천천히 또는 길게 조정할 수 있다.
“근원점의 중심”을 향한 인위적인 멈춤의 호흡은 자연적인 호흡의 무로 없는 연장일 뿐, 자연스러운 호흡법이 우선이다. 다만, 이와 같은 인위적인 호흡을 하려고 한다면,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을 하거나 실행할 수 있으며, 이때 올바른 기립 자세나 바른 앉은 자세가 도움이 된다. 간단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이해를 위해 부언한다면, 하복부 근육을 사용하는 깊은 호흡을 몸의 건강훈련에 비교한다면, “근원점의 중심”을 향하는 인위적인 호흡과 호흡 사이의 멈춤의 반복은 정신 건강에 비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멈춤의 순간속에 숨어 있는 생명의 힘을 알아차리는 멈춤의 호흡을 통하여 생각의 굴레속에 끝없이 떠오르는 번뇌, 마음속에 맺혀 있는 한, 풀어지지 않는 미움, 버리지 못하는 욕심 등이, “근원점의 중심”점인 티끌만한 초점을 향하여 모두가 하나될 때, 우리는 온갖 스트레스와 걱정과 불안에서 해방되고, 주어진 건강을 유지하며, 더 나아가 우주의 무한성과도 하나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