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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상과 허상 Nov 03. 2023

살아있는 생명의 호흡

인간관계

호흡은 생명이다. 호흡이 없으면 생명이 없고, 호흡을 느끼면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살아있는 호흡은 생명의 호흡이다. 호흡은 생명을 주고, 생명은 자연의 힘을 받는다. 조그마한 꽃씨 하나가 땅 속에서 변화되어 생명의 힘으로 무거운 땅을 헤치고 솟아오르고, 나무의 뿌리는 땅속의 물을 높이 자란 나무 꼭대기까지 공급한다. 호흡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공기나 물처럼 귀하면서도 그 귀함을 내세우지 않는다. 

호흡은 현재이다. 호흡을 느낄 때 우리는 현재의 순간을 경험한다. 현재의 순간은 과거도 미래도 없는 지극히 짧지만 영원한 순간이다. 호흡이 이어질 때 현재도 이어지고 우리는 현재 속에 머무르게 된다. 과거나 미래 등의 시간은 인간이 생활의 편리를 위해 만든 작품이다. 자연의 흐름은 시간을 따르지 않는다. 인간이 시간의 잣대로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려고 할 뿐이다.

호흡은 소리이다. 호흡의 숨소리는 공기가 우리의 몸 안에서 이동하는 생명의 소리이다. 숨소리는 새소리나 파도소리처럼 보이는 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바람소리나 봄비 맞아 움터 나는 나뭇잎 소리처럼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모아야 들리는 마음의 소리이다. 

호흡은 신비이다. 호흡은 대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우주는 150억년, 지구는 40억년에 걸쳐 자연의 천기(天氣)를 형성한다. 우리는 이러한 대자연의 천기(天氣)를 호흡하며 무위자연(無爲自然)의 흐름을 증거한다.

 

호흡 소리에 실려 나가는 걱정과 근심

걱정과 근심은 불안한 생각과 애태우는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로서 '걱정이 많다' '근심이 끊이지 않는다'등 순수한 우리말로 알려져 있다. 살다 보면 자녀 걱정, 연로하신 부모님 걱정 등 걱정 근심이 없을 수는 없지만, 때로는 쓸데없는 걱정과 오만가지 생각으로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걱정과 근심의 차이는 바늘과 실의 차이와 같아서 서로 떨어지지 않는다. 걱정이 많으면 근심이 늘고, 걱정이 없으면 근심도 사라진다. 걱정은 생각에서 비롯하고, 걱정이 많아지면 소화 등 몸에 영향을 미치고, 근심이 늘면 마음의 병이 된다. 

걱정과 근심은 생각에서 비롯하여 마음에 자리한다. 생각을 없애고 마음을 비우면 걱정과 근심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마치 배수관을 열 때 고여 있는 물이 소용돌이 치면서 내려가듯이, 마음을 힘들게 하는 걱정과 근심이 생길 때마다, 호흡의 문을 열고 떠오르는 쓸데없는 생각들을 '커'하고 기침하듯이 내쉬는 호흡 소리에 실려 밖으로 날려 보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마음 챙김 명상의 호흡

우리의 몸에는 몸의 균형을 맞추어 주는 역할을 하는 자율신경계의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작용한다. 교감 신경은 동기부여, 집중, 추진 등의 활동을 위한 역할을 하며, 부교감 신경은 휴식, 완화, 회복 등의 안정을 위한 역할을 담당하여, 시시각각 변하며 움직이는 우리 몸의 상태를 편안하게 유지시켜 준다고 한다.

생활을 하면서 우리의 머리 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떠다닌다. 때때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자신의 마음을 어렵게 하는 경우를 경험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이러한 생각이 맥박, 혈압, 소화 등에 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낄 때도 있다. 이러한 상태가 지나치거나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어지고, 특히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작동하는 부교감신경의 이상반응으로 인해 불안장애, 우울증 등의 증세로 나타나게 된다.

깨어진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 명상, 타이치(Tai Chi), 요가 등의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현대의학에서는 MBCT 마음 챙김 명상 등에서 행하는 호흡이 부교감 신경의 안정을 위한 역할을 증가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 MBCT는 존재하지 않는 불안한 생각에 빠져 불안하다고 느끼는 증세인 불안장애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 주기위해 호흡을 통하여 현재 즉 아무 불안한 일이 없는 지금에 생각을 머물게 도와준다. 

우리는 가끔 잠시 일상을 잊고 나만의 시간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 이때 자신의 호흡에 집중해서 들어오는 호흡과 나가는 호흡을 의식하면서 신체 각부위에 느껴지는 느낌을 자각하다 보면 생각이 지금에 머무르며 심장 박동수는 느려지고 마음이 편안해 진다. 이러한 호흡의 원리를 마음 치료방식에 접목한 MBCT 마음 챙김 명상은 치료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일상생활속에 부분적으로 잘 활용하면 스트레스나 불면증 해소 또는 심신안정을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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