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 부터 두려움이 많았다. 높은 곳도 두려웠고, 어두운 곳도 두려워서, 두렵고 무서운 곳은 피해가며 살아왔다. 또한, 어릴 때 동네에서 무당이 춤추며 굿하는 곳도 피해갔던 기억이 있다. 물론 굿하는 장소는 피해갔지만, 굿하는 소리는 귀에 남았고, 정확하게 기억은 안되지만 그 소리는 장구 소리와 함께 섞여 있는 무당의 "~야 물러가라" 였던 것 같다.
커서 성경을 대하면서 예수님이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을 받으실 때 사탄을 물리치신 말씀, "사탄아 물러가라"라는 구절을 접하면서 어렸을 때 들었던 무당의 소리가 생각 났었다. 또한, 연속 사극을 보면서 임금님이 준엄하게 신하를 꾸짖을 때 "물러가라"하는 대목도 귀에 들어왔다.
고희를 넘으면서 "물러가라"라는 말이 다시 귀에 들어오면서, "물러가라"라는 말에 알지 못하는 힘이 있는 것을 느낀다. 우리 주위에는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 이들이 많이 있다. 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분명 있는 것 같다. 그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고통이 "물러가라"라고 하는 깊은 마음의 소리가 우리의 마음 속에 울려 퍼질 때 우리의 마음은 고요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