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오면

호빵이 생각난다

by 푸른 잎사귀

송이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꽃송이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긴긴 겨울방학

흰 눈이 내리는 날이면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

엄마 몰래 나가서 눈싸움을 하고

쌀포대자루를 깔고 앉아 눈썰매를 타곤 했다


옷이 다 젖는 줄도 모르고

콧물이 줄줄 흐르면서도

노느라 정신 팔려

양볼이 얼고 귓불이 빨개져도

앞으로 다가올 잔소리도 모른 채

동네가 떠나가도록 신나게 웃곤 했다


기관지가 약한 나는

겨울마다 감기가 떠나지 않았고

어김없이 그날 밤 혼이 나기 일쑤였다


그렇게 혼나면

한동안은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탐구생활을 풀며

밀린 숙제를 한다


"언니~눈 온다"

"우리 호빵 사 먹으러 가자"


동생과 옷을 단단히 여며 입고

동네 구멍가게를 향해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걸어간다


스텐으로 된 원통형 통 안에

층층이 올려져서 쪄지고 있는

하얗고 통통한 호빵을 보기만 해도

행복 그 자체였다


그중 제일 예쁜 녀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가게 아주머니께서 종이포장지에 호빵을 싸주신다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는데도

호빵 하나 사들고

조심조심 집에 돌아와

동생과 나눠먹기 시작한다


호빵 겉껍질을 까먹고

반을 나눈 후

팥을 핥아먹고

손에 뭍은 호빵과

종이에 붙어있는 것까지

알뜰하게 먹는다


그렇게

호빵 하나 맛있게 나눠먹었던

기억이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밤새 내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모습을 보자 떠올랐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노라면

어른이 돼 가며 찌들어가고 있는 모습과

어릴 적 순수가 대비가 되는 것 같다


어릴 적 불렀던 눈과 연관된 동요들이 생각나고

백설공주의 하얀 피부와 검은 머리카락이 생각난다


오늘은 퇴근길에는

호빵 하나 사가서

호호 불며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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