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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오면
호빵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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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잎사귀
Nov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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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송이 눈꽃송이
하얀 꽃송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꽃송이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긴긴 겨울방학
흰 눈
이 내리는 날이면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
엄마 몰
래 나가서 눈싸움을 하고
쌀포대자루를 깔고 앉아 눈썰매를
타곤 했다
옷이 다
젖는 줄도 모르고
콧물이 줄줄 흐르면서도
노느라
정신 팔려
양볼이 얼고 귓불이 빨개져도
앞으로 다가올 잔소리도
모른 채
동네가 떠나가도록 신나게
웃곤 했다
기관지가 약한 나는
겨울마다 감기가 떠나지 않았고
어김없이 그날 밤
혼이 나기 일쑤였다
그렇게 혼나면
한동안은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탐구생활을 풀며
밀린 숙제를 한다
"언니~눈 온다
"
"우리 호빵
사 먹으러 가자"
동생과 옷을 단단히
여며 입고
동네 구멍가게를 향해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걸어간다
스텐으로 된 원통형
통 안에
층층이
올려져서 쪄지고 있는
하얗고 통통한 호빵을
보기만 해도
행복 그 자체였다
그중
제일 예쁜 녀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가게 아주머니께서 종이포장지에 호빵을 싸주신다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는데도
호빵 하나 사들고
조심조심 집에 돌아와
동생과 나눠먹기 시작한다
호빵 겉껍질을 까먹고
반을 나눈 후
팥을
핥아먹고
손에 뭍은 호빵과
종이에 붙어있는 것까지
알뜰하게 먹는다
그렇게
호빵 하나 맛있게 나눠먹었던
기억이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밤새 내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모습을 보자 떠올랐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노라면
어른이
돼 가며 찌들어가고 있는 모습과
어릴
적 순수가 대비가 되는 것 같다
어릴
적 불렀던 눈과 연관된 동요들이 생각나고
백설공주의
하얀 피부와 검은 머리카락이 생각난다
오늘은
퇴근길에는
호빵 하나 사가서
호호 불며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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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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