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로 소꿉놀이 & 실습
서기 1982년 7월 18일 일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없음
일어난 시각 : 오전 7시
우리 시골에는 가게를 해서 맛이 있는 게 참 많다. 우리는 엄마가 소꼽장 우리들 가지고 놀으라고 느셨다. 나는 소꼽장을 꺼내서 과자 가지고 재미있게 놀았다. 그런데 삼촌이 드럽게 거기다 왜 하고 노냐고 혼을 내주셨다. 다음부터는 안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아이니까 과자를 가지고 소꿉놀이를 할 수 있는 건데
삼촌은 더러우니 그렇게 놀지 말라고 혼을 내셨다.
소꿉놀이에 과자를 넣어 먹어서 그런 건지
단순히 넣기만 한 게 아니라
빻고 물 넣고 제조하고 그래서 더럽다고 한 건지는 알 수 없다.ㅎ
이때의 삼촌은 지금은 이미 무지개다리 건너가셨다.
어린 시간의 공간 속엔 모두 살아있는데
어른이 된 시공간 속엔 많이 죽음으로 가고 없다.
나이가 든다는 건
상실의 아픔도 함께 하는 건가 보다.
오늘 요양보호사실습을 하였다.
하루 종일 서 있는 게 제일 힘들었다.
그리고
설거지
빨래
청소를 원 없이 하고 왔다.
실습생을 너무 부려먹는 건가 싶다가도
아무 말 없이 어르신들을 도와드리고
계속 서 있으시는 요양보호사분들을 보니 대단하시다는 생각뿐이었다.
퇴직 후 하릴없이 집에 있는 게 싫어서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하신 남자분께서
급여가 너무 작다고 말씀하셨고
나 또한 현장에 있다 보니 온갖 궂은일을 다하시는 이분들께 최저시급은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르신들 케어하느라 정작 본인 몸은 더 망가지겠구나 싶어졌다.
어찌 보면 악순환의 반복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때 대기업 사장이었던 어르신은
지금도 기사가 벤츠를 운전하여 센터까지 모시고 오가며
어르신은 지금도 사장 마인드가 있으셔서 어눌한 말투지만 명령조로 말씀하신다.
ㅇㅇ일보 기자셨던 어르신은
재활운동을 하시라 하면 계속했다고 하시지만
해야 할 양보다 게을리하시되 신문은 꼼꼼히 보신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르신은
누구보다 색을 고르는 능력이 뛰어나시고
색칠을 기가 막히게 잘하신다.
딸기모양 핀을 꽂은 어르신은
어제 그제 온 실습생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계셨고
오늘은 왜 안 왔냐 물으시는 데
젊을 때 도자기 만드는 일을 하셨단다.
이분들을 보는데
젊은 시절의 화려함이 한순간 없어진 거 같아서
인생무상이 떠올랐다.
젊었을 때의 그 감정들은 남아있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거동이 불편한 상태가 되었고 치매로 기억도 사라지셨다.
나의 노후는
이렇게 되지는 말자 싶지만
사람일을 어찌 알리.
건강이 최고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본 오늘이었다.
요양보호사실습 /ㅇㅇ재활데이케어센터에서 점심식사 후 턱받이 애벌빨래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