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일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7월 20일 화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없음

일어난 시각 : 오전 7시


오늘은 우리 서울에 가는 날이다. 일찍 서울에 간다고 하였다. 할아버지와 더 있고 싶었는데 안된다. 우리 시골에는 가게를 한다. 할아버지께서 사탕 500백 원짜리 3개 하고 사과 10개 하고 제리 하나하고 빵 하고 이렇게 가지고 가서 기차에서 먹으랬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참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그래 나도 변했으니까.

모두 변해가는 모습 속에

나도 따라 변하겠지.


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할아버지와 더 있고 싶고

마음씨가 고운분이라고 느꼈던 열 살.


아이의 마음에는

맛있는 간식을 주시는 할아버지가 당연히 좋았겠지.

그리고 할아버지도 어린 손녀딸의 재롱이 좋으셨겠지.


그러나

어릴 때의 할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어른이 된 후 변해버렸다.


할아버지가 먼저 변한 건지

원래 그런 분이셨던 건지

그땐 어려서 판단할 수없었고

어른이 되어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앞에 더 이상 할아버지는 마음씨가 고운 분이 아니셨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엄마는 할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이 있으셨겠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는 전혀 티 내지 않으셨고

외할아버지라며 방학 때 놀러 가주셨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식을 위한 사랑 앞에

엄마의 서운함은 뒷전이었던 것이다.


가끔 생각해 본다.

할아버지도 피해자이자 엄마에게는 가해자가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돌아가시기 전 엄마에게 진심 어린 사과만 하셨어도 지금 나의 마음은 열 살 때의 그 마음이 조금은 유지되고 있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그래

진심 어린 사과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어쩔 수 없는 행동을 했다 하더라도


그래도

성숙하다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는

인정할 건 인정했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다들 변해간다.

생각의 변화들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결정해 버린다.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반대로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는 것도 많이 있으리라.


그러나

끝이 좋고 싶다.


인생이란

외나무다리를 소가 지나가는 것 같은 위태 위태함이라고

살 생 자가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중심을 잘 잡고 가고 싶다.


급하지 않게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한발 한 발 나아가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