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너의 꿈은 이미
서기 1982년 7월 26일 월요일 날씨 비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없음
일어난 시각 : 오전 6시 30분
비가 왔다. 나는 심심해서 책을 읽었다. 혜미도 말썽 피울 거 없나 살펴보았다. 혜주도 심심해서 잠을 자려고 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왜 비 오는 날이면 심심하나......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15분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그때 열 살은 몰랐겠지.
43년 후 오늘은 불볕더위라는 걸.ㅎ
가끔
일기를 읽다 보면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다룬(개인적 영화감상평임 ㅋ)
인터스텔라가 생각난다.
나는 지금 여기 있는데
과거 그 순간에도 머물러 있는 거 같기 때문이다.
내 안에 기록된 많은 경험과 정보들.
그것들은 없어지지 않고 다 내 몸 안에 저장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구두 뒷굽을 세 번 두드리며
집으로 데려다줘를 외치자
어느 순간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처럼
지금의 이 순간의 모든 어려움과 힘듦이
나의 주문 하나로 쉽게 정리된다는 것 또한 안다.
그렇게 질서가 잡혀가고
그렇게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소원이 이루어져가고 있음을 안다.
인생은 예기치 않은 일들을 만나는 도로시처럼
때론 두렵고 위험한 일이 도사리고 있는 모험 같지만
그 속에서
사자, 허수아비, 양철나무꾼을 만나서 친구가 되고
그 친구들로 인해 곤란함에도 빠지지만
그 어려움들을 서로의 능력과 지혜로 힘을 합쳐 헤쳐나간다.
이들 안에는 소원이 있었고
모두의 소원들이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들이 있었다.
만약
도로시가 무서워 도망친 토토를 찾으러 가지 않았다면...
내 목숨이 더 소중하고 내 소원이 더 소중하다며
토토 하나쯤은 어떻게 되든 말든의 사고를 가진 아이였다면
이런 사건과 행복들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
생명존중.
인간애.
사람에 대한 예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이라면 당연한 감정.
그걸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맘이 간절해지는 요즘이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양산으로 가려도 뚫고 들어오는 빛의 따가움에 버금가도록
얼굴에 뜨거운 기운을 훅훅 전달한다.
그 열기 속에서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
열대야 속에서 택배업무를 24시간 가동하며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아이스크림 하나 주는 것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분위기.
그 기사내용에
당연하다.
억울하면 공부 열심히 해서 정규직 가라는 식의 댓글을 읽으며
어쩌다 이 사회가 이렇게 되었나 싶어서 마음이 아파온다.
더운데
정규직 비정규직이 어디 있나.
어른이든 아이든
노인이든 청년이든
더우면 목마르고
굶으면 배가 고픈 법이다.
IMF이후 기업을 살리겠다고
비정규직이 생겨났고
기업들을 살려내니 계속 비정규직을 뽑아서
사람 간의 계급을 나눈다.
내가 이십 대에는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다.
모두 정규직이었다.
뭐든 그 제도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나쁘고
서로 물고 뜯는 구조를 만들어서
힘을 합쳐야 하는 사람들끼리 적을 만드는 지금의 조직을 접하며 가슴이 에려온다.
십 년 전쯤 경력단절 시절에 비정규직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의류회사였는데 같은 일을 하는데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차이가 두 배가 되었다.
서울대를 나온 정규직 여자 세 명은 비정규직 뒤에 앉아 사적인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삼백만 원 정도의 돈을 받아갈 때
비정규직은 아웃소싱 업체에서 수수료를 떼가고 백이십만 원을 받아갔다.(벼룩의 간을 빼먹는 놈들이라 하고 싶다)
회식날도 따로 그들은 아웃백에서 스테이크를 먹었다고 자랑질을 했고
비정규직은 일인당 만원의 예산으로 삼겹살을 먹으며 사이다 한 병 시키는 것도 눈치가 보였었다.
그리고
목걸이
그 목걸이가 문제였다.
정규직은 파란색줄
비정규직은 초록색줄
식당에 올라가서 줄을 서면
다른 부서 사람들도 만나게 되는데
줄 색으로 '아, 쟤는 정규직이네. 아, 쟤가 비정규직이었구나'를 차별하였고
심지어 조리실 근무자까지도 차별 아닌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굳이 줄 색을 다르게 할 이유가 뭐가 있는가.
어차피 사원번호가 다른데 말이다.
민생카드도 색깔논란이 있었다는데
이 씁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 모인 자리에서
기초수급자 앞으로 나오세요~라고 했던 사건도....
그때 나는
항상 힘이 없고 축 처진 어깨에
청바지에 티만 입고 다니는 이십 대와
구두에 스커트나 원피스 차림으로
고급향수를 뿌리며 화장실을 갈 때도 우르르 가는 정규직 여직원들의 싹수없음을 보며
인간을 이렇게 차별하는 게 맞는가 싶어졌다.
보이지 않는 노예를 만드는 구조.
그런 구조는 이제 안녕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서로 적이 되는 존재들이 아니라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진심 어린 공감을 나눌 줄 아는 그런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