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목걸이 부업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7월 27일 화요일 날씨 비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방청소

일어난 시각 : 오전 6시


어머니께서 오늘 목걸이 끼는 것을 가르쳐주셨다. 나도 내 동생도 엄마가 하는 일을 도왔다. 참 재미있었다. 엄마께서는 매일 이걸 하신다. 나는 내일은 또 무슨 구슬이 있을까 궁금했다.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싸움한 것

내일의 할 일 : 없음



내가 어렸을 때 내 친구들의 엄마들은 대부분 집에서 살림을 하시며

아이들 간식값이나 반찬값이라도 버시려고 부업을 많이 하셨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부업들은 다음과 같다.

인형눈알 붙이기는

곰돌이 인형이나 토끼인형의 눈을 바느질하여 고정했던 것 같고


티셔츠 실밥 쪽가위로 자르기는

커다란 마대자루에 담긴 옷을 가져와 꺼내면

실밥이 지저분하게 옷 밖으로 나와있는데 그걸 쪽가위로 자른 후

예쁘게 접었던 것 같고


미역줄기 포크로 가늘게 자르기는

마대자루에 소금이랑 범벅이 된 손바닥 넓이의 미역 줄기를

포크를 가지고 죽죽 내려서 가늘게 자르면

지금 우리가 시장에서 사다 먹는 미역줄기로 변신을 한다.

이때 우리가 먹는 미역줄기가 이렇게 탄생한 거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상자 접기는 점선대로 접으면 되었고


봉투 접어 붙이기는

황토색의 봉투를 접고 접어서 이음새 부분에 풀을 붙이는 거였는데

이때 밀가루풀을 쑨 후 붙였던 것 같다.

가끔 풀이 부족하면 나와 동생은 밥풀로 붙이는 편법을 쓰기도 하였고

밥풀이 잘 으깨지지 않아 봉투가 우둘투둘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ㅎ

그래도 봉투하나 완성했으니 기분이 좋아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많고 많았던 부업 중에 목걸이 구슬꿰기였다.

일기를 보니 엄마는 이걸 매일 하셨다는 걸 읽는데

맘 한쪽에 찌르르하는 전류가 흐르며 심장이 살짝 아팠다.

우리 엄마 관절이 안 좋은 게 이때부터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맘이 에려왔다.


지금도 생각난다.

우리도 엄마일을 도우려고 목걸이 구슬꿰기를 하였는데

엄마가 매듭을 지은 후 은색훅을 껴서 우리를 주면

열 살과 여덟 살이었던 나와 동생은

분홍색 진주모양의 동그란 구슬을 30개 정도 바늘에 꿰어 엄마를 준다.

엄마는 또다시 훅을 끼워서 완성을 하셨다.

그렇게 만든 목걸이는 하나당 가격이 매겨졌기에

구슬하나 없어져서 목걸이 하나 못 만들면 어쩌나 싶어서

만들다가 장롱밑으로 들어간 구슬을 효자손으로 조심스럽게 꺼내기도 했었다.

혹시라도 흠집이 나거나 망가지면 돈을 못 받을까 봐

눈으로 보거나 갖고 싶다고 생각만 했을 뿐 사달라는 말은 안 했던 거 같다.

그걸 엄마는 아셨는지 우리 목에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걸어주고는

좋아라 하는 두 딸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지으셨다.

엄마가 받아오는 목걸이 구슬 색은 분홍일 때도 있고 보라색일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같이 고생했던 그 시절을 살았기에

돈의 소중함을 알고

돈을 아끼고 절약해야 함을 알았고

부모님께서 고생하신다는 것을 자동적으로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어린 나이였어도

철이 들기 시작했다.

열 살이었어도

알건 다 아는 나이였던 것이다.


오늘은 일기를 쓰며 떠오른 시로 글을 마무리한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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