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우산 속 풍경

by 푸른 잎사귀

서기 1982년 7월 29일 목요일 날씨 비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없음

일어난 시각 : 오전 6시


오늘은 비가 왔다. 나와 내 동생은 우산을 펴고 그 속에서 소꿉놀이를 하며 놀았다. 혜미도 기분이 좋다고 웃기만 하였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일도 이렇게 재미있게 놀았으면 좋겠다고.


잠자는 시각 : 오후 9시 15분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드디어 비 오는 날 재밌게 노는 법을 찾았네요. ㅎ ㅎ


비 오는 날 우산 속에서 소꿉놀이 안 해본 여자 어른 계신가요?


비 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우산을 파라솔처럼 펴놓고 소꿉놀이를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슬래브지붕에서 똑 똑 떨어지는 빗물을 병뚜껑에 담기도 하고

그 물에 풀을 따다가 나물이라며 씻기도 했었죠.


리틀포레스트 영화처럼

자연친화적인 분위기가 떠올라요.~^^


저번주에 비가 많이 내리고 그친 날

웅덩이에 물이 고여있던 곳이 있었나 봐요

남자 녀석 둘이서 온몸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서 들어온 거예요.


어찌 된 일인지 물으니

물에 젖은 아이는 가만있고

주변 아이들의 제보가 이어졌어요.


ㅇㅇ가 물웅덩이에 들어가서 뒹굴었어요.

구정물에 머리를 적셨어요.

신발로 물을 철퍽철퍽 튀겼어요.


ㅇㅇ이 물에 빠진 생쥐모양으로

구정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있는데

아이의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천진하고 행복해 보였어요.


계속 헤죽헤죽 웃으며 즐거워하였어요.

선생님들의 잔소리와

친구들의 눈초리를 즐기는 것 같았지요.


어머니께 연락드렸더니 급하게 오셔서

화난 눈빛을 발사하며 ㅇㅇ을 데려가셨는데


ㅇㅇ이의 그 행복한 표정은

아직도 나의 머릿속에 남아있답니다.


아~

저렇게 행복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집에 가기 위해

하원 준비를 하는 ㅇㅇ에게


선생님은 ㅇㅇ를 존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어요.

지각대장 존이라는 그림책을 읽어보았는지 물으니

안 읽어봤다고 하더라구요.


엄마한테 말해서

한번 읽어보라고 해주었어요.


학교에 가기 전

만나는 모든 것이

신나고 재미있어서 늘 지각했던 존처럼


물에 흠뻑 젖어서

주변에서 나무라는 소리도

친구들의 고자질도

엄마의 잔소리도

그냥 좋다고 웃기만 하던

그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미소 짓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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