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4월 5일
서기 1982년 4월 5일 (월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나무 심은 것
일어난 시각 오전 7시
오늘은 4월 5일 식목일이다. 나는 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나무를 구하러 갔다. 그런데 어떤 아이들이 개나리꽃을 꺾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한테 개나리꽃을 꺽지 말랬는데 어떤 아이는 나보고 너는 우리가 꺾든 말든 무슨 참견이냐고 그랬다. 나는 아이들한테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하니까 아이들이 식목일이라고 모두 그랬다. 그러면 나무를 심어야지 왜 꽃을 꺾냐고 그러니까 아이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모두 다음부터는 꽃을 안 꺾는다고 그랬다.
잠자는 시각 오후 9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참 착한 일을 했구나. 잘못하는 아이들을 앞으로도 잘 타일러 깨닫게 해요.
어릴 땐 식목일에 꽃씨를 꼭 심었었다.
작년에 받아두었던 봉숭아, 분꽃 같은 씨앗을 심거나 그것마저 없으면 문방구에서 사루비아, 해바라기, 나팔꽃, 조롱박 등 예쁘게 피어있는 꽃사진을 보며 꽃씨를 사 오곤 했다.
지금도 꽃씨가 들어있는 종이봉지를 보면
내 어릴 적 포장지와 많이 다르지 않아서 시간이 멈춘 듯 정겹다.
근데
나무를 심기 위해
나무를 구하러 갔다는 게 뭔지 모르겠다.^^;
나무를 구하러 갔다가
개나리꽃을 꺾는 아이들을 나무라고
훈계했다니~이때도 해야 할 말은 하는 아이였던 것 같다.
선생님의 관심은
부당함을 참지 못하는 나의 성격에 불을 지핀 듯하다.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다 참다가 결국엔
총대 메는 일을 하게 된 경우가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고마워하는 건 그때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다 자기 살길을 위해 떠나고 없다.
그래서 요즘엔 총대메는 일을 안 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비겁함이 싫고
그냥
이제는
나 살기도 힘이 든다.
근데
언제 또 잠자고 있는 나의 본성이 꿈틀거릴진 모른다.
그나저나
오늘이 식목일인데
이제는 꽃씨 대신 상추씨를 뿌리는 모습이 되었다.
옥상 상자텃밭에 상추씨앗이 나와서 자라고 있다.
씨를 뿌린 적 없는데
작년에 뿌려두었던 녀석들이 죽지 않고
추운 겨울 견디고
싹을 틔운 것이다.
생명력 한 번 대단하다.
삐죽삐죽 얼굴을 내미는 상추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