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4월 14일
서기 1982년 4월 14일 (수요일) 날씨 맑음
오늘의 중요한 일 : 없음
오늘의 착한 일 : 동생
일어난 시각 오전 : 7시
오늘은 텔레비전을 보았다. 모여라 꿈동산을 보았다. 거기에서는 똑똑한 아이가 하는 것이었다. 나는 별로 똑똑하지는 않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자는 시각 오후 8시
오늘의 반성 : 없음
내일의 할 일 : 없음
피곤했는지
일찍 잤구나.
모여라 꿈동산
참 재미있었지.
공부를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 썼는데
네가 생각한 훌륭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요즘 나는
훌륭한 건 고사하고
사람답게 늙어가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이 자주 들거든.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들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사람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람들
비열하고 비굴한 모습들을 많이 보고 있어.
그럴 때일수록
나 자신을 뒤돌아봐
나도 그런지
윤동주 시인의 <아우의 인상화> 중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라는 질문에
사람이 되지 라는 대답이
보름달처럼 떠오르는 밤이다.
아우의 인상화
윤동주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애띤 손을 잡으며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운 진정코 설운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