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실패에서 배울 것을 피한 죄


항상 노력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했다. 그 과정이 더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간절히 원하던 것일수록. 나의 20대의 선택들은. 이왕 할 거면 잘해야 되고 두각을 나타나야 한다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짙게 껴있었기에 오히려 그런 좌절과 실패를 피하기 위해 결과를 심판받아야 하는 순간들과는 최대한 안 마주치게끔 인생의 골목길로 숨어들기 일쑤였고 플랜 b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도망칠 준비를 준비해뒀던 것 같다. 그 만약은 말 그대로 예측 못하는 만약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나약함과 우둔함을 숨기기 꼼수에 지나지 않았음을… 


그때의 나는 도전과 어려움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가 없었다. 한 번의 실수라도 하면 영영 패배자로 남게 될 것 같은, 그런 라벨이 한번 붙으면 무두가 나를 그렇게 바라볼 것만 같은 불안함. 혹시 넘어진 나를 누가 볼세라 성급히 옷을 털고 일어서서 마치 도전하지 않은 척했었다. 지금 이 나이쯤 되고 보니 그런 작은 일들은 내 삶에 어떤 흠집도 낼 수 없으며 그런 과정이 있어야 단련될 수 있었던 것인데 그때의 나는 너무 여렸고 나 자신을 살피기에는 처리해야 할 주변의 시선들이 너무 버거웠었다. 내가 더 준비가 되었을 때 그 기회가 오겠지. 


하지만 돌풍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방향 키을 놓아버리자 원래의 항로로의 진입은 쉽지 않았다. 돌아 돌아 다시 돌아간 그 바다는 예전의 그 바다가 아니었고 그때의 파란만장하고 변화무쌍했던 바다는 이미 흘러가버린 후였다. 과거의 그것과는 같은 것이 될 수 없었다. 왜 이렇게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일까? 나의 노력과 시간들이 낭비되는 것 같은 느낌을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노력들이 허투루 보이지 않기 위해  나의 에너지를 낭비한 것 같다. 


중국어 번역 대학원에 가고 싶었지만 내가 현업에 뛸 때쯤이면 .. 누군가가 아마 통역사는 배를 굶주릴 것이라는 확신에 찬 댓글을 보고.. 그래 난 언어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을 할꺼야라며 호기롭게 포기했는데 사람처럼 그렇게까지 하지에는 아마 내 밥벅이는 걱정해도 되지 않을꺼 같은데..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더 깊은 공부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고.. 그런데 그 생각이 내게 영향을 상당부분 끼친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나는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에 그 일의 전망을 가장 중요시 하고 안정적이고 밥벌이가 상당히 된다는 확신하에 나의 길을 정하기 때문에..  그런데 그런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일이든 내가 덤벼들고 경험하면서 그런 길을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지 그 방법으로 그 분야로 (아무리 전망이 좋다고 한들) 한다고 해도 어느 누구도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을 그때는 몰랐다. 누구나 하는 안정빵으로 저자세를 취하면서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그 자체가 모순이었는데 당시의 어리석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고 항상 한발 물러선 결정, 지금 하고 있는 그대로만 지속하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런 선택과 결정 머무름들이 내 인생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고 뭔가 제대로 해 본적이 없다는 아쉬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지난 3년 동안 영어 공부를 했다. 영어를 잘하면 사회에서 활용할 때가 있겠지. 대학 시절 중국어 부전공이어서 그런지 항상 영어를 못하는 서러움을 안고 살았기 때문에 영어를 마스터하고자 하는 인간관계는 최소한으로 하고 절제하며 은둔을 자처하고 공부에 집중했다. 정확히 말하면 영어와 관련된 활동이나 스터디, 모임을 집중했으며 그런 만남을 위해 공부하고 준비하는 일상이 루틴이 되어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덮치는 조급증. 공부에 투자한 시간에 비해 실력이 빨리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 사실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에 대한 나의 유일한 대답은 즐거워서 나에게 성취감을 줘서라는 우아해 보이지만 실질적인 생계나 금전적으로는 하등의 이점이 없는…  누구는 주식이 얼마나 올랐네 집값이 얼마나 하는 소식에 그런 것 공부하지 않고 영어만 잡고 있는 내가 한심해 보이고 한량같이 느껴졌다. 사람들과의 느끼는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끼다가도 그런 불안함으로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아닌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 한 영어교육 관련 업체에서 영어로 공부하는 일상을 담는 유튜브 영상을 모집하는 이벤트를 보게 되었고 운 좋게 발탁이 되어 나도 수입이라는 걸 만들어낸 것이다. 이에 힘입어 영어는 더 이상 공부를 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고 도구이며 이를 통해 경제적인 이윤도 취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낸 것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영어 자체의 실력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닌 영어를 통해 넓힐 수 있는 보다 넓은 나의 역량과 기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그런 행보는 계속될 것이다.

 




이전 04화 자(自) 대(對)하다_내살길은 내가 대비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