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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골 워킹맘들을 모르는 성골 워킹맘이 걸어온 서러운 길

진골 워킹맘들은 ‘경단녀’가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얼마나 상식 이하의 치사하고 더러운 과정을 겪어야 하는지 짐작하기 힘들 것이다. 그야말로 ‘경단녀’의 취업사(史)는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이기 때문이다. 바로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할 때는 그나마 대학이라는 후광이나 전공, 자격증이나 어학연수 등의 스펙이 나를 어느 정도 증명해 준다. 회사 입장에서도 지원자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정확히 판별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친 채용 절차와 심도 있는 질문들로 나름 격식 있는 면접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미 5년이나 경력 단절된 여성에게는 그런 체계적인 채용을 하는 회사의 문을 두드릴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레벨의 회사만을 고집하다가는 남는 것이라곤 평생을 그냥 주야장천 이력서만 쓰다가 환갑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깨달음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타이밍과 운이 따라준 덕분에, 그리고 과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노력을 덧붙여 경단녀로써는 넘을 수 없다던 2500만 원 연봉의 마지노선을 깨고 번듯한 직장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사회로부터 완전히 유리되어 겉돌던 ‘경단녀’가 또각또각 구두를 신고(드디어 플랫슈즈에서 탈출이 다아~) 직장인의 상징인 콩나물시루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워킹맘’이 되기까지가 쉽지는 않았다. 육아를 위해 애쓰고 공들였던 지난 시간들은 취업 시장에서는 어떤 힘도 발휘할 수가 없었고 ‘공백기’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져 버린 예전 사회에서의 나의 역할과 경력들은 더 이상 나에게 속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취업을 간절히 바랐지만 너무 눈앞에 빤히 모이는 실패와 좌절들이 그려지기에 용기를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지병을 10년째 앓고 계시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나의 삶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예전의 꼬장꼬장하고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군림하셨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힘없이 앉아만 있는 작아진 모습이 과거 아버지의 이미지를 대신했다. 병상에 있는 세월이 길어질수록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어느 사이엔가 그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아버지가 우리의 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비록 모습은 바뀌었어도 함께 하리라 생각했었기에 아버지의 부고는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땅히 그 자리에 굳건히 있을 것만 같은 이들이 예고도 없이 사라지기도 하는구나. 아버지가 언제나 입버릇처럼 되뇌시던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하면….”이라는 말이 내 머릿속을 공허하게 계속 맴돌았다. 긴 시간 병상에 있으면서도 언젠가 되찾을 건강을 갈구하며, 그동안 못했던 것들, 후회되는 것들, 그리고 자신을 힘들게 만들었던 것들에 대한 미련과 애증의 다짐과 혼잣말들을 다시는 기약할 수가 없게 되었다. 


아버지의 그런 무기력했던 말년의 모습은 실력을 쌓은 후에 혹은 완벽해진 후에 도전하리라며  나중으로 자꾸 미루기만 하는 나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내게 무한하게 주어질 것만 같은 시간은 결코 내가 모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될 때까지 언제부턴가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며 나조차도 모르는 애매한 그 나이스 타이밍은 무의식적으로 내가 자꾸만 뒤로 미루려고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 없이 동기부여와 관련된 책과 강연을 접하고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패를 새롭게 사회로 나가려는  

시간도 이와 같은 이치일 테지. 이렇게 배우고 공부하고 준비를 하면 취업을 할 수 있는 마땅한 시기가 오겠지.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다음 단계를 향하지 않는 노력은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겠다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필승 취업을 위한 나만의 전략과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고 지난 5년 동안 육아를 하며 잊고 있었던 사회의 냉정하고 가혹한 현실, 아니 더 높은 벽을 대 고치고 갓 사회에 발을 디디고 자하는 아줌마를 밀어내고자 하는 경험을 들  대한 감을 잊고 지냈던 지난 5년 동안 잊고 지냈던 사회의 냉정하고 용했고 어떤 일들을 경험했는지, 취업을 목표로 처음으로 이력서를 쓰기 시작해 채용 확정을 받기까지 파란만장했던 8개월의 여정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1.     어디에서든지 빼놓지 않고 선행되어야 할_ 나의 성향과 역량 파악하기

2.     취업을 위해 가정 먼저 선행되어야 할 분야는 내가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고 나의 역량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작업이다. 


이런 수많은 좌절을 겪은 후에야(이마저도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얻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겨우 내 한 몸 비집고 들어갈 만한 자리를 얻을까 말까 한지 감이 잘 안 올 것이다. 물론 ‘워킹맘’이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견디는 수많은 인내와 고된 시간들을 반박 자료로 내세운다면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지만 감내해야 하겠지만 로 점철된 그녀의 일상은 충분히 지쳐있고 고단하기에 ‘경단녀’의 푸념 따위는 생각할 여유도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각자 나름대로의 고단함과 애로 사항이 있기 마련이지만 나처럼 호기롭게 경단녀를 택한, 아니 언젠간 직장에 복귀하려는 꿈을 갖고 있는 백수에게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은 그 무엇보다 간절하고 심금을 울리는 단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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