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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관일 Nov 19. 2022

'스타일 리더십'이 답이다(2)

'리더십의 환상'과 스토리텔링


2. ‘리더십의 환상’과 스토리텔링     


리더십을 다루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탁월한 리더 또는 실패한 리더의 사례다. 때로는 둘을 대비시키면서 리더십의 차이를 설명하곤 한다. 한쪽은 신화처럼 떠받들어져 칭송되는 반면에 한쪽은 무능하고 몹쓸 사람으로 전락한다. 그때 가장 흔하게 동원되는 것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요즘은 리더십뿐만 아니라, 웬만한 학문적 성과에 스토리를 입히는 게 유행이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의 책 중에 우리에게 소개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것들을 봐도 거의 모두가 소설적 기법을 활용한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어떤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재미있는 스토리,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전달하면 보다 더 생생하고 설득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좀 더 심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이가 회사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고 치자. 그러면 그것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어김없이 리더십에 관한 스토리텔링이 시도된다. 신화창조의 작업이 벌어진다. 심한 경우 기업의 성과와는 관계없는 어린 시절의 스토리부터 나온다. 우리들 식으로 말하면 “조실부모하고…”(아 참, 신세대 직장인에게 강의하면서 느낀 건데 이런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이가 많다. 사전을 찾아보시도록)로부터 그의 영웅담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간적으로 형편없는 폭군인데 덕장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부하의 형편과 의견을 묵살하는 독불장군인데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처럼 미화된다. 회사 내 홍보부서의 ‘작전’에 따라 월간지나 신문 등에 사원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피자파티를 하거나 ‘야자타임’을 갖는 장면, 심지어 사원의 발을 씻어주는 행사 장면이 보도되면 ‘신화창조’는 극에 달한다.  


특히 스토리텔링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프레임은 고난과 역경이다. 주인공이 조직의 리더로 부임했을 때 얼마나 힘든 상황이었는지, 그리고 성과를 내고 성공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지독한 역경을 겪어야 했는지 등등, 심각한 표현으로 묘사해내야 후에 나오는 그의 리더십 스토리가 더 부각될 것이다. 그리하여 스토리텔링은 점점 더 정점을 향해 달리게 되고 그 스토리를 접하는 사람들은 어느덧 한 사람의 위대한 인물을 상상하며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그 ‘위대한 인물’과 함께 일하며 그를 소상히 알고 있는 같은 조직의 구성원의 속내는 다르다. 그런 스토리텔링을 읽으면 웃음이 나온다. 황당한 웃음이기도 하고 때로는 비웃음이기도 하다.      


■ 우리는 스토리텔링에 속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효과는 크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제격이다. 문제는 이야기에 감정과 편견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하다보면 부지불식간에 과장이나 허구가 포함되기 쉽다. 말로 하거나 글로 쓰거나 스토리를 전개하다보면 스토리텔러 자신이 자기의 이야기에 함몰된다. 취해버린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스토리텔링의 속성이기도 하다. 


사실을 스토리로 엮다보면 알게 모르게 수식어나 문장이 추가되게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본의 아니게 ‘진실’을 넘어 ‘허구’에 이른다. 설령 사실 그대로 스토리텔링을 하더라도 그것을 보고 듣는 이가 상상을 통해 스스로 과장되게 인식한다. 그것 또한 스토리텔링의 특성이다. 그러니 과장된 스토리텔링에 과장된 상상력이 합해지면 점입가경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엉뚱한 영웅이 탄생하게 된다.  

따라서 글을 쓰거나 강의하는 사람은 스토리텔링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용어와 표현의 선택에 조심해야 하지만, 보고 듣는 사람 역시 스토리텔링의 속성과 허점을 감안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에 속지 말고 정확하게 실태를 읽어야 한다. 후광효과를 통하여 리더십이 왜곡되는 것을 안다면 리더십을 배우려는 우리들은 스토리텔링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인간이란, 가끔은 특출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그 지위에까지 올라간 리더라면 사실 오십보백보다. 리더로서의 훌륭한 자질을 하나도 갖추지 않고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은 없으며 리더십을 해치는 요소를 하나도 갖지 않은 리더 역시 없다.      


어느 리더의 리더십에 대한 활약상을 스토리텔링으로 접할 때는 냉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지나친 상상력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 거의 대부분의 리더는 자신의 스타일 - 개성, 인격 등 - 대로 리드했을 뿐이다. 그것에 상황이나 여건, 조직의 특성이 가미되어 성과로 나타나게 되고(때로는 운까지 작용한다) 그 성과는 거꾸로 리더십의 스토리텔링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앞으로 리더십 스토리를 접할 때는 ‘혹시 리더십의 환상 - 스토리텔링에 현혹되어 실상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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