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조건인가, 神의 조건인가?
이상, 리더십의 조건 또는 리더의 요건을 몇 가지 자료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렇듯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고 의견이 다른 것이 리더십이다. 수많은 리더십론자들이 제시하고 열거한 조건들을 모두 나열한다면 몇 백가지가 훨씬 넘을 것 같다. 심지어 《리더에게 필요한 100가지 조건》(히타케야마 요시오, 홍영의 옮김, 리빙북스, 2003)이라는 책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살펴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는가? 좋다는 말은 모두 동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완벽한 인간을 머리에 떠올리며 조건을 뽑아낸 것 같은 생각도 들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나 보다 완벽한 이론을 만들려다보니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망라하게 됐을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현장과의 괴리’를 꼽고 싶다. 실제로 현장에서 리더로 일하지 않은 이론가들이 그런 우를 범하기 쉽다. 현실에서 팔로워들에게 부대끼며, 어떻게 그들을 이끌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해야하는지 현장에서 치열하게 느낀 결과로 리더십의 조건을 만든 것이 아니라 책상에서 남들의 스토리를 분석하여 리더십을 연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이런 경우, 조사표본이 많을수록 조건 또한 많아지게 된다. 1,000명의 리더를 조사한다면 1,000가지 이상의 리더십 조건이 나올 수 있다. 왜냐면 1,000명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을 빼고도 각자의 특징이 적어도 하나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십의 조건이 ‘쓸데없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조직에서 실제로 리더로 일 해본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많고 복잡한 조건을 꼽지 않을 것이다. 단 몇 가지면 충분하다는 것을 경험이 말해줄 것이다(물론 이토록 수많은 리더십 조건이 있는데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나와 같은 관점에서 리더의 조건을 몇 가지만으로 압축해낸 리더십론자들도 여럿 있다. 그에 대하여는 뒤에서 다루겠다).
이것 생각해보셨는가? 앞에서 열거한 조건을 모두 갖추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어떤 사람이 될까? 아마도 위대한 인물, 아니 입신(入神)의 경지에 다다를 것 같다. 설령 위인이라고 해도 저런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실 사례를 통해 그런 조건을 분석해놨지만 거기엔 알게 모르게 스토리텔링으로 인한 ‘영웅담’이 가미되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현실에서 고작 10~20 명을 리드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 버거운 요건이요, 상상속의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완벽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조건이 될 수도 있다. 동의하시는가?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리더십’은 잊기를 권한다. 책상머리에서 상상을 통해 도출해낸 리더십의 조건들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적합한 것 또한 아니다. 리더십은 위인이나 신이 되는 방법이 결코 아님을 잊지 말자. 우리는 리더의 조건을 배우고 싶은 것이지 신(神)의 조건을 익히고 싶은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