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리더십은 잊어라
피터 드러커.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세계적인 학자로서 경영학의 구루라 일컬어진다. 그는 9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경영과 리더십에 대한 글을 쓰고 강의했다. 그는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했을까? 말년에 이르러 “리더십이란 것이 그렇게 거창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리더는 추종자들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뿐”이라고 했다.
리더십이란 그런 것이다. 드러커 조차 ‘잘 모를 정도로’ 애매모호하다. 영국의 말콤 글래드웰이라고 불리는 올리버 버크먼(Oliver Burkeman)은 그의 책 《행복중독자(Help)》(김민주·송희령 옮김, 생각연구소, 2012)에서 이런 사실을 소개하며 “우리는 어떤 인물에 대하여 잘 모를 때 그 사람에게 무조건 ‘리더십’이라는 간판을 붙인다”고 했다. 그만큼 리더십은 실체가 뚜렷하지 않다는 말이다.
리더십이 애매모호하니 리더십의 조건이나 리더의 자질 또한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애매모호하기에 리더십의 조건이 수없이 많아진다. 그래서 올리버 버크먼이 내린 결론은 “쥬느 세 빠(je ne sais pas)”였다. ‘잘 모르겠다’는 의미의 프랑스 말이다.
이렇게 리더십의 대가들조차 그 정체를 확실히 알지 못하는데 우리에게 있어서야 말할 것도 없겠다. 자기계발서를 쓰는 여러 저자들이 리더십을 논하고 있지만 각자 자기의 의견이고 주장일 뿐 ‘정답’은 아니다. 나의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사실은 어떤 의견과 주장이 리더들에게 보다 더 많이 공감을 받느냐는 것이요, 현장에서 적용되느냐다.
왜 리더십이 불명확하고 리더십의 조건이 애매모호할까? 리더십이란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각 개인의 성격과 기질 - 스타일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인 10색이요 100인 100스타일이다. 내가 스타일 리더십을 주장하는 근거는 바로 거기에 있다.
■ 프레임을 바꿔야 답이 보인다
리더십의 정체가 애매모호하다고 해서 덩달아 혼란에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프레임을 짜야 한다.
성공한 리더들의 리더십 스타일이나 행동을 따르라고 하기 전에 각자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리더십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리더십을 고정된 틀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를 수밖에 없음을 수용해야 한다. 100인 100스타일의 리더십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각자 자기의 스타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까지의 리더십에 대한 프레임이나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았다.
<성공한 리더 발견(선택) → 성공의 요인분석 → 분석을 통해 리더십 요소(조건) 도출 → 그것을 따르라고 권고>
이 과정에서 리더의 특성이나 스타일은 무시된다. 통일된 표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 프레임 또는 프로세스를 바꾸자는 것이다. 필 로젠츠바이크 교수의 말대로 실적에 따라 리더의 긍정적 특성과 실패한 이유를 찾아낸 ‘사후약방문’식의 리더십으로는 안 된다. 원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사람이 죽은 뒤에 내놓는 약 처방전’이라는 의미로 일이 벌어진 후에 해결책을 내놓아봤자 말짱 황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사후약방문’이란 원래의 의미에서 약간 벗어나 ‘벌어진 일을 놓고 원인을 분석한다’는 뜻으로 원용하였다. 다시 말해서 이미 성공한 리더들을 놓고 그의 리더십의 요소를 꿰맞추기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그래서는 결코 당신다운, 당신과 당신의 조직에 적합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리더십을 잊어야한다. 프레임(프로세스)을 바꿔야 답이 보인다. 새로운 프레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스타일 리더십이요 그 프레임은 다음과 같다.
<목표부터 설정(임무완수 또는 조직의 목표달성) →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리드할 것인지 방침 결정 → 자신의 개성, 기질, 특성 고려 → 실천항목(리더십 조건) 결정>
먼저 목표부터 설정해야 한다. 목표 없이 그냥 리더십을 함양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목표란 리더로서의 임무요 달성해야할 조직의 목표다. 그것이 정해지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팔로워)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 것인지 방침이나 요령이 정해질 것이다. 이때 자연스럽게 리더 각자의 개성, 기질, 특성이 감안될 수밖에 없다. 아니, 감안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리더로서 실행해야할 실천항목이 바로 리더십의 조건이 된다. 그런 면에서 “리더십이란 성과를 달성하는 능력과 동의어”라고 말한 피터 드러커의 충고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스토리텔링 속의 성공한 리더를 선정하고 그의 행동규범이나 실천항목을 무작정 따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물론, 성공한 리더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는 것은 좋은 일이고 필요한 일이다), 조직의 목표와 당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당신의 스타일과 맞는 맞춤형 리더십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스타일 리더십’이다. 따라서 리더마다 그 조건이 다를 수 있다. 아니, 달라야 한다.
내가 제시하는 리더십의 조건은 스타일 리더십을 추구하는 리더가 꼭 갖춰야할 기본 조건에 불과하다. 훨씬 더 많은, 그리고 구체적인 리더십의 조건과 스킬은 각자가 생각해내고 실천해야할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