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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교 Oct 08. 2021

들어가는 글

평범한 삶이란 무엇일까요. 꽤 다양하게 정의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개, 그것은 인생의 자락마다 부여된 임무들을 별 무리 없이 감당해 내는 모습을 뜻합니다. 그것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 미션들은 누구나 해야 하는 것들이고, 혹은 해야 한다고 일컬어지는 것들이고, 때때로 해야 한다고 강요되는 것들입니다. 그런 구조를 설계한 존재는 관습, 전통, 문화 등의 이름을 가진, 세상의 해묵은 관성이지요.


그의 기획이 옳든 그르든,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겨난 과제들을 완수해내는 것을 인생 목표로 설정합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안전한 방식이라 여겨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일 그런 인생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욕만 한 바가지 먹다가 망하기 딱 좋은 뻔한 스토리가 나올 것이지만, 삶이 막장 드라마나 스릴러물, 호러물이 되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사는 것도 생각보다 그리 안전하지는 않다는 데 있습니다.


여기, 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집에서 태어나, 별 무리 없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렴풋이 갔던 군대도 무사히 제대하고, 몇 번의 좌절 끝에 취업에 성공하여 스스로 밥벌이를 하는 단계에 이른 사람입니다. 모든 것을 평범한 삶의 정의에 맞게끔 조율하며 살아왔지요. 그렇게 살면, 아니 최소한 그렇게 살아가려 노력하면 세상의 폭풍 속에서도 안전한 인생의 항해를 계속해 나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평범하게 사는 삶도 꽤 힘들었습니다. 아니, 아주 많이 힘들었습니다. 내면에는 끊임없이 상처가 쌓여 갔지요. 어떤 상처는 상흔으로 바꿔냈지만, 어떤 상처는 오래도록 남아 고통을 주었습니다. 원대하고 장구한 사회화의 여정 위에 서서, 각 나이마다 꼭 넘어야 한다고 규정된 장애물을 통과해나가는 일은, 그것을 회피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위태로운 작업이었습니다. 평범하다고 무조건 안전하지는 않았지요. 불안한 상태에서는 무언가 삶의 의미를 건져 내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느낀 바가 있습니다. 삶의 안전함과 단단함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느냐,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외적 환경보다 내면의 자산을 움켜쥐고 버티어 내는 삶이 가져다주는 선물입니다. 삶이라는 영화의 장르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고통이 찾아올 때 ‘그럼으로 인해서’ 좌절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당해 내는 태도가 훨씬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삶의 외양과 상관없이 오늘 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인생으로 무언가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 애쓰다 수많은 좌절에 빠졌던, 그러면서도 결국 좌절을 하나씩 극복하고 점차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뜻하는 곳으로 가려 발버둥친 한 청춘의 기록입니다. 가장 지혜로운 인생 방식이자 유일한 생존 가능성인 ‘버티는 삶’으로 나아가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여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삶에 대한 의지와 마음의 근육이 생겼고,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단지 평범한 삶을 꿈꾸었을 뿐인데, 언제부터인가 어디에서 온 지도 모를 절망에 빠져 버린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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