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로 일하면서 나는 매일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봤다.
사연을 듣고, 정리하고, 구성하고, 때로는 없는 감정을 끌어내기도 했다.
웃음이 필요하면 편집했고, 눈물이 필요하면 붙였다.
그건 내 일이었고, 잘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지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써주느라 나는 점점 내 인생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방송 현장에선 늘 감정의 디테일을 쫓았지만, 집에서는 아이의 표정 하나 제대로 읽지 못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더 잘 쓰기 위해 정작 내 가족의 이야기는 미뤄두고 살았다.
아이의 공개수업 날, 녹화 스케줄로 가지 못했던 날이 있다.
“다른 엄마들은 다 왔는데…”
그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무너졌던 기억.
그날 이후, 나는 ‘좋은 엄마’와 ‘좋은 작가’ 사이에서 오랫동안 흔들렸다.
타인의 삶을 통해 나를 살아낸 시간이었다.
어쩌면, 나를 소진해서 만든 이야기들이었다.
이제는 그 일을 잠시 내려놓고, 내 이야기를 써야 할 시간이 아닐까... 고민의 시간이 찾아왔다.
글을 쓴다는 건... 방송 작가라는 건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긴 이야기를 돌아 이제야... 내 마음의 첫 문장을 꺼내보려 한다.
오래 남을 쓰던 나는, 이제 나를...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