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아도 괜찮다는 증거-
흰제비갈매기

by 틈하나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나?”

아침부터 밤까지 계획하고, 실천하고, 성과를 내고, 비교당하고.
그렇게 달리면서도 “잘 살고 있다”는 확신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열심히 산 만큼, 마음도 따라오면 좋으련만 어느 순간부터 지치고, 텅 비어 버리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다, 우연히 한 마리 새를 알게 됐다.
흰제비갈매기.

이름은 제법 근사한데, 사는 방식은 놀랍도록 대충이다.
방송을 만들며 그 새를 처음 보았을 때, 이런 자막을 달았다.


/사는 게 피곤한 당신! 여기 진정한 무념무상의 삶이 있다?!
/대충 나무 위에 알을 툭!!
/생각나면 대~충 품어주는 어미
/둥지도 없이 노숙! 근데 너무 잘 사새~~


알을 낳아놓고 한참을 어슬렁거리다 떠나고,

생각나면 다시 돌아와 품고, 그러다 새끼가 태어나면 먹이는 또 챙긴다.

그래도 그럭저럭 잘 산다.

더 놀라운 건, 이 새는 평생 둥지를 만들지 않는다는 거다.

진정한 무소유의 삶이랄까~?

나무 위에 알을 그냥 툭 낳고, 그 위태로운 알은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기도 한다.

하지만 다행히 새끼의 발톱은 스파이더맨처럼 날카로워 그 어떤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흰제비갈매기의 삶을 보며, 웃기면서도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그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구나."
"집이 없어도, 계획이 없어도, 누군가는 살아가~"

"너무 애쓰지 말고 그냥 니 방식대로 살아돼 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너무 많은 걸 갖추고, 준비하고, 비교하며 살아간다.

타이밍도, 감정도, 대사도 다 맞춰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실패한 것 같고, 뒤쳐진 기분이 든다.


그런데 어떤 새는 대충 품고도, 대충 낳고도 삶을 잘 이어가고 있다.

요즘, 나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대충이 아니라, 조금은 너그러운 방식으로 나를 대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알과 새.jpg

오늘 하루가 지쳤다면, 이 새를 보세요~

기분이 조금은 가벼워질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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