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시인 이야기 14
문을 열면
뒤집어 벗은 양말이
찬 거실 바닥에
널브러져
늦잠을 자고
꾸겨진 카드 명세서가
구겨진 바지 주머니에서
바스락 거리며
손을 흔든다.
마르고 창백한 치약이
그을린 형광등 아래에서
등이 배에 붙어
나를 보고
희고 파리한 내가
반짝이지 못하는 거울 속
회백색 물때 사이에
힘겹게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