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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Aug 28. 2023

방랑자의 삶이란...

일상과 사색

 내가 태어나서 살았던 곳을 세어보니 일곱 곳이다.

(군생활은 뺐다. 합치면 여덟 곳인 셈)


 중년이 되어버린 나이에 친구들이나 직장 내 동년배들과 비교해 보면 적지 않은 횟수인 것 같다.


 어릴 적 아버지의 직장으로 인해 이사를 하기도 했지만, 대학 때부터 타지생활을 한 데다가,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는 한 업무를 오래 하기보단 새 업무를 찾아다니는 성격 탓에, 같은 회사였음에도 지역과 업무를 바꿔가며 이곳저곳 다닌 탓이다.


 아내는 나와 결혼하기 전에 그 지역 토박이였는데,  방랑자의 삶을 가진 나를 만나서, 여러 곳을 같이 따라다니는 기구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여러 지역에서 살았던 것을 돌이켜보니 나름 괜찮은 경험이었다.

 업무도 다양하게 해 봤지만, 자발적 노키즈였다 보니 남들 애 키울 시간에 살던 곳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좀 많이 보고 다니게 되었다. 그 결과, 친구들이나 회사 내 또래들과는 생각도 좀 다르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지금부터의 짧은 이야기는 방랑자의 삶을 통해 얻은 것에 대해 아내가 했던 말과 내 생각을 합쳐서 한번 말해보고자 한다.


 먼저 업무와 지역을 바꾸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새로운 집, 새로운 업무환경, 새로운 주변사람 등 외국만 아니면 어디든 사는 데는 문제없겠구나 싶다.

 다행인 것은 한 곳에서만 살아왔던 아내도 잘 적응해 줘서, 새로운 곳에 가더라도 전 지역에 살던 친구들과도 꾸준히 연락하고, 새로운 지역에서도 사람을 사귀더란 것이다.

 반면에 나는 회사사람들 외에는 동네사람을 더 만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여러 업무, 환경 그리고 사람들을 다양하게 접하다 보니, 사람과 상황에 대한 관찰을 많이 하게 되더라는 특징도 생겼다. 지역이나 환경에 대한 이해도 더 하게 되고, 반대로 비교도 하게 되고 그렇다.


 아내 왈, 그 지역에서만 살아온 친구들이나 가족들을 보면, 가끔은 우리나라 여기저기 좋은 곳이 많은데 경험해보지 못함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한다. 나도 그런 생각에 공감하고 말이다.  

 사람이 한 곳에서만 오래 살다 보면, 익숙함에 떠나지를 못하고, 또 그렇다보니 생각이 고착화되어버리기도 하는데, 방랑자인 우리 부부 입장에서는 그게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한지역의 변화를 같이 경험하지 못한다던가, 지역의 오랜 친구들과의 즐거움은 갖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는데 이 부분은 아내와 나의 방랑자 삶을 통해 이미 극복이 되었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은 뭐니 뭐니 해도 가족들과 멀리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좀 큰 단점 이긴 하다.


 

작지만 큰 우리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랑자 생활을 한 덕분에 작아 보이는 우리나라를 남들보다 크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에, 농담으로라도 아내와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나중에 안 살아본 지역에서도 한번 살아볼까?"


라든가, 지나가다 좋아 보이는 곳이 있으면,


"이런 곳에서 한번 살아볼까?" 하면서 가상의 입지분석 놀이도 하고...

 

사실, 장년, 노년이 되면 그렇게 살기는 어렵겠지만 재미로라도 말이다.



덧붙임. 아내는 지역 관광 안내지도를 모으는게 큰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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