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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 Feb 29. 2024

머지않은 미래, 나라는 존재의 증명

일상과 사색

'내가 바로 나요!'라고 하는 나의 존재에 대한 증명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앞선 글의 주제인 사후세계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니, 인간의 영생에 대한 집착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영생의 방식 중 하나로 기억의 이식을 통한 가상세계에서의 영생 또는 육체를 대신할 기계로의 이식을 통한 물리적인 다른 주체에서의 영생이 떠올랐다.


 뇌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기술의 발달로, 머지않은 미래에 뇌의 기억을 다운로드한다던가, 반대로 업로드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까지 열린 요즘이기에 위에 언급한 방식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두렵지만 그런 현실이 충분히 올 수도 있다.

애니 공각기동대의 한장면

 자! 여기에서 나의 기억을 온전히 어떠한 컴퓨팅머신에 다운로드하고, AI로 나의 기억과 사고방식을 학습한다고 상상해 보자. 쉽게 말하면 나의 의식을 트랜스퍼하는 셈이다.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윤리적인 잣대 등은 일단 접어두기로 하고, 제목의 존재의 증명에 대한 가설을 세워보기 위해 그렇게 해본다고 하자!


 그 머신은 내가 갖고 있는 기억을 갖고 있을 테고, 나의 행동패턴, 언어습관, 사고방식, 목소리도 학습 가능 할 것이다. 아마도 결과물로 보면, 육신은 다르지만, 대화를 하면 '나'로 보일 것 같다.


 여기에서 '나'라는 존재를 규정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1) 육체 + 의식이 동일한 것 = 나

2) 육체는 다르더라도 의식이 동일한 것 = 나


 통상의 경우라면, 1)의 경우를 '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식이 다른 육체로 이전된 2)의 나는 내가 아닐까?

 위에서는 기계에 이식된 인식을 예로 했지만, 흔한 영화에서 사용되는 클리셰인 몸이 서로 스위치 된 경우라면, 그 존재는 '나'인가?


 잠깐 생각의 방식을 바꿔보자.

 기독교의 기본 교리 중, '삼위일체'라는 것이 있다.

서기 325년 '니케아공의회'를 통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동일하다는 개념을 공식화한 것으로, 하나님의 존재도, 사람의 육신으로 나타난 하나님도, 성령도 모두 동질의 하나님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뭐 물론 당시 교파 간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해결책으로 대타협이 된 역사의 하나이지만, 개념을 위에 언급한 '나'라는 존재의 인식으로 도입해 보자면, 언젠가 머지않은 미래에 2)의 경우도 합의에 의해 존재의 방식으로 재정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 싶다.


 가정이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면, 육신은 다를지언정 나의 의식처럼 보이는 그것은 스스로 나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내가 될 수 있는가?


 그것은 열심히 '나'라고 주장할지언정, 존재에 대한 증명은 타인이 또는 행정체계가

"아... 그래 너는 네가 맞네."

라고 해줘야 사회에서 비로소 '내'가 될 것이다.

 반대로 내가 아무리 나라고 주장해 봐야, 타인 또는 체계가 인정않으면, 나는 내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억울하게도 말이다.)


 즉, 우리는 집단 안에서 삶을 영위하기 때문에 나의 존재는 내가 증명을 '하'는게 아니라, 타인에 의해 증명을 '받'는 것이다. 


 자... 또 여기서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여러분은 자신과 동일한 기억을 갖고, 같은 대화방식을 가진 이 존재 타인이 인정했다고 해서 과연 진정한 '나' 자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를 모사 그 존재는 나인가?


  의견으로는 컴퓨팅 머신에 나의 기억과 인식(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이식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나를 '시뮬레이션'한 존재이지 진정한 나는 아닐 것이다. 즉 시뮬레이션은 시뮬레이션이지 실재하는 내가 아니다. 비록 시뮬레이션이 너무나 잘되어 나와 같이 보일지라도 말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요즘 AI가 미친 듯이 발달해서 마치 실사인 것처럼 사진이나 영상을 생성했더라도 그것은 실사가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뇌는 잘 속으면서 또 거짓을 잘 행하는 유기체이다. 그러한 사유로 타인의 뇌는 나를 모사한 존재에 대해서, 또 어쩌면 사회적으로도 나라고 인정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즉, 나를 시뮬레이션한 것이 너무 나와 같아서, 나의 시뮬레이션 '나'로 증명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 스스로는 나를 모사한 존재는 기존의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그 존재는 사회적으로 나를 대신하여 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상상에 이르게 된다.


 현시점에서는 아닐지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나라는 존재의 증명은 내가 나라고 해도 타인이 인정할 때 내가 되며, 나는 내가 아니라고 해도, 타인이 나로 인식하면 내가 되어버릴 수도 있겠다 결론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어떤 결과가 되느냐에 따라 나 스스로를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아이러니에 빠질 수도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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