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봤던 영화 중, 최근 기억 속에서 소환된 영화가 있다. 1993년 작 영화로 '살어리랏다' 라는 영화다.
지금은 모발모발로 유명한 이덕화 님, 그리고 당대 미녀배우 이미연 님 주연의 영화로 조선시대 계급사회에서 최하층이던 백정, 그중에서도 망나니였던 주인공이 겪는 삶과 고초를 그렸던 영화로 기억된다. 죄수의 목을 치면서 의미 없이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지내던 주인공이 삶의 목적을 갖게 되면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던 내용이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
뜬금없게도 이 영화가 갑자기 기억에서 소환된 계기가 있으니, 그것은 출퇴근길에 지나가는 공원에 있는 어떤 나무들 때문이다.
그 공원에는 많은 나무들이 있는데, 2년 즈음 전인가, 한 무리의 나무에 병이 들었는지 잎사귀와 가지에 갈색 얼룩이 크게 번졌고, 결국 고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된 지 얼마 후, 공원을 관리하는 곳에서는 특단의 조치로 무지막지하게 나무의 즐기를 잘라내 버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갔다.
봄이 찾아온 그 공원의 그 나무들에는 어느샌가 잔 가지가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그 가지에서는 다시 새싹의 망울들이 맺히기 시작한다.
작년 이맘때에는 잘 못느꼈다가 올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가지가 1년 사이에 도 자라났기 때문이리라.
관리하시는 분들이 어련히 알아서 조치했겠지만, 나무의 삶을 잘 알리 없던 나에게는 2년 전의 조치가 정말 저 정도로 해도 되나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몸통만 남은 나무들은 새로이 그들의 삶을 지속해나가려 하고 있다.
2년전에는 치료를 위해 잔가지 없이 나무기둥이 잘렸었다.
나무들의 삶의 의지는 굉장하다!
최근 노화와 죽음이라는 주제를 관심 있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린 나무에서 자라난 새로운 가지와 새싹을 보니, 생명이라는 것이 참 대단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마 십 년 넘는 세월을 자라다가 어느 날 병들고, 그리고, 치료를 위해 그 큰 줄기들이 잘려나갔던 나무들이지만 2년간 이렇게 외쳤왔던 게 아닐까 싶다.
'살아리랏다!'
덧붙임. 영화 '살어리랏다'는 93년 모스크바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꽤 잘만든 영화로 기억해요.